[경일춘추]불안한 감정과 친구가 되자
[경일춘추]불안한 감정과 친구가 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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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최근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 이후 대부분의 병원들에 내원하는 환자의 숫자가 줄었지만 유독 정신건강의학과의 환자 숫자는 오히려 10% 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갖가지 스트레스가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물리적 방역 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도 꼭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이후 우리가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불안이었다. 가족들이 감염되지 않을지, 사업에 실패하지 않을지 등 우리가 했던 걱정들은 모두 불안이라는 감정이 만들어 낸 것이다. 불안은 괴로운 감정이지만 사실은 우리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고마운 감정이기도 하다. 만약 불안이 없다면 사람들은 건강검진을 받지도, 돈을 저금하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들이 찻길에서 뛰어놀아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불안은 생존에 꼭 필요한 감정이지만 그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급기야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감정을 뜻하는 영어 emotion의 어원은 바깥으로 행동을 표출한다는 뜻이다. 즉 감정은 우리에게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은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려는 것일까. 아마도 마스크를 잘 쓰거나 사람들 많은 곳에 가지 않는 등의 행동일 것이다. 이 행동들을 충분히 잘 완수했다면 우리를 돕기 위한 불안의 역할은 사실 끝난 것이다. 만약 그래도 불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아이를 달래듯 불안을 달래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의 주의력을 우리 마음속으로 돌려 우리 안의 불안을 찾아보자. 그리고 불안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으니 이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 보자. 또 우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불안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보자. 이렇게 하면 수많은 자극 속에서 증폭되고 있는 불안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은 우리의 감정 중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감정이다. 사실 우리가 무슨 수를 써도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내가 이길 수 없는 강력한 상대라면 차라리 친구가 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도 불안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피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불안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귀를 기울여 보고 대화를 해본다면 불안은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나가는데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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