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독립
마음 독립
  • 경남일보
  • 승인 2021.02.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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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동료 정신과 의사가 책을 한권 출판했었는데 내용이 깊이 공감되어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제목은 ‘마음 독립’이었는데,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대체 마음을 어떻게, 왜 독립한다는 것일까’라고 단순의문을 가졌었다.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성인발달연구를 통해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계’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가 잘되지 않으면 불행하다.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 회사에서 받은 비난, 친구 사이에서의 상처 등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관계에서 나온다. 이렇게 힘든 관계 속에서 나 스스로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마음 독립이다.

관계는 단지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 사실 인간의 본질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자아는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존 볼비는 애착이론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평생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극단적인 경우 관계가 완전히 박탈된다면 1920년대에 늑대굴에서 구출된 늑대아이 카말라처럼 인간적인 자아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의 표정 속에서 산다. 타인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봐주는지,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를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에 따라 일희일비 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이는 결국 타인이 우리의 행복과 고통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고, ‘마음 독립’ 하지 못한 의존적인 상태이다. 우리의 마음은 이런 상태를 벗어나서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다. 칼 융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표면적인 자아를 페르소나라고 했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페르소나는 우리의 본질적인 자아가 아니라 외적인 형태일 뿐이고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 페르소나를 진정한 나 자신으로 착각하지 않는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다. 그 권한을 스스로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다면 타인의 평가를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진정한 나 자신은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관점이나 태도, 내가 하는 일, 나의 능력 같은 것 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것이다. ‘마음 독립’은 분명히 우리가 삶을 좀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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