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대신 실국시대(失國時代)라고 해야
일제강점기 대신 실국시대(失國時代)라고 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1.02.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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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국 (전 진주교육장)
 

경술국치(1910) 이후 을유광복(1945)까지 35년 기간을 광복 후에 왜정시대라고 부르다가 언젠가 일정·일제시대로 부르더니 요즘은 일제강점기로 거의 굳어졌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한 시기라는 것이다. 강점이란 말은 군사들이 전쟁을 통해 땅을 강제 점령하였음을 말하는 군사용어이다. 우리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본의 계략에 말려 임금은 나라를 그들에게 주어버렸다. 그리하여 식민지 백성으로 통치를 받은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게 됐다.

우리나라 역사 시대 구분에 일본이 주어가 되고 우리나라가 목적어가 되어 일본의 지배를 받은 것을 드러내는 이 말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라는 잘못된 시대구분 역사용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 경술년(1910년)에 일본에 빌붙은 우리 조정의 신하들이 8조로 된 소위 병합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고 임금이 재가해 나라를 잃게 되었다. 그 문서를 보면 1조는 한국 전부를 일본에 양여한다로 돼 있고 그 외는 그 대가로 임금과 공훈이 있는 자는 대우와 세비(돈)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조약을 맺고 함께 기념 촬영까지 했다고 한다. 그 문서 용어는 합방이 아닌 양여로 되어 있어 부왜역적(경술 7적)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것을 일본은 일한합방이라고 하면서 두 나라가 합쳐졌다고 역사용어를 만들었다. 얼빠진 우리 학자들은 한술 더 떠 한국이 일본과 합친 것처럼 보이는 한일합방이라는 거짓 용어를 지껄여 대었다. 병합, 합방이란 두 나라가 기분 좋게(?) 합한 것처럼 보이는 말인데도 말이다.

나라를 잃고 일본사람에게서 배운 이들이 그들에게서 배운 대로 줏대도, 주체의식도 없이 일본이 만든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 많다. 일본은 말의 힘을 알고 우리나라에 와서 일본말을 퍼뜨리려고 학교를 세워 일본말을 국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우리 역사를 자기들 관점에서 본 대로 소위 식민사관을 심어놓았다.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이것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뜻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 나라를 낮추고 업신여기는 일제강점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고 차라리 실국시대라고 부르기를 제안한다. 일찍이 로석(老石) 려구연 선생은 로석집 권2 실국론에서 이를 주창했다.

쉬운 우리말로는 나라 잃은 시기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나라사랑을 바탕에 두고 제대로 된 역사용어를 사용하여 민족정기가 일어나게 해야 할 것이다.

조헌국/전 진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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