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주 (전 진주경찰서장)
삼국지를 읽다 보면 방대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에 감탄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제갈공명이라는 인물의 설정이다.
제갈공명은 촉나라 유비의 책사로 병법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는 물론이고 기문둔갑까지 달통한 인물로 설정 되어 있다.
적벽대전에서 북서풍을 동남풍으로 바꾸어 대승하고, 패배한 조조가 아직 천명이 다하지 않음을 천기를 통하여 미리 알고서는 과거 조조에게 은의를 입은 관우를 화용도에 매복하게 하여 100만 대군을 잃고 마지막 27명의 패잔병과 함께 패퇴하는 조조를 잡았다가 방면하게 하는 등 신출귀몰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유한 인물로 설정 되었다.
생애 마지막 전투에서 사마의를 호로곡으로 몰아 화공으로 공격하면서, 불과 몇 시간 후에 내릴 폭우를 예상하지 못하여 작전에 실패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전지전능했던 인물이 어느 시점, 어느 환경에서는 어떤 사유없이 어이없는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토리 작법 상 설정의 오류 내지 캐릭터 붕괴의 경우에 해당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흔히 독자들은 그렇게 설정된 등장인물은 그렇게 행위하고, 이렇게 설정된 인물은 이렇게 행위할 것이라는 가정과 예견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설정 된 인물이 중간에 변화과정이나 설명 없이 설정과 전혀 다른 행위를 한다면 이해에 저항이 생기면서 스토리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된다.
서설이 너무 길어진 감이 있지만 최근 저명인사들의 전혀 예견치 못한 성추문이나 자살사건, 택시기사 폭행사건 등이 일어났다. 물론 이를 이런 경우에 비유 한다고 하면, 혹자는 견강부회나 억지논리라고 비판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간의 정신적 구조나 심리상태는 생각 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며, 불가예측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백분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잔뜩 웅크린 사회분위기에 이런 저런 유쾌하지 못한 사건들이 겹치니 더욱 쌀쌀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다.
강선주/전 진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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