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둥근 방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까지 온다기에 꾸며봤어요.
우리 사랑, 더 샾.
-이정록 시인, ‘당신이 오신다기에’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사는가, 불쑥 생각한다. 전화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어쩌다 안부 전화를 하는 이나 전화를 받는 이도 대화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쉬이 끊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안다. 거기엔 그립다, 외롭다, 라고 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그 녘과 이 녘의 거리 두기를 그새 일상 생활방식처럼 여긴 탓이다.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잊고 산 것이 아니라, 잃어버려서 못하게 된 사람의 일이라 의식보다 먼저 정이 앞선다.
환한 창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가족의 웃음소리, 웅성웅성 재잘재잘 시끌벅적한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설 명절을 맞는다. 시인의 시처럼 “당신이 오신다기에” 방을 꾸미고 조부모, 부모, 자식, 손주들까지, 큰집 작은 집 식구들 함께 하지 못하고 쇠는 명절이다. 하지만 “우리 사랑, 더 샾”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또 견딜 일이다. 좋은 날에 더한 즐거움, 사랑을 위해서.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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