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논개제, 축제전쟁터에 서다
[경일포럼]진주논개제, 축제전쟁터에 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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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상임고문)
 

코로나19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인식 체계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과거의 표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뉴 노멀 시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축제는 원초적으로 비대면을 거부한다. 하지만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비대면은 축제의 불확실성 확대는 물론 지속발전가능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른바 축제의 대전환이라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축제는 지난해 전면적인 취소와 무기한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대안으로 급부상한 온라인 축제는 국민들의 축제에 대한 갈증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방편에 불과할 뿐, 축제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새해를 맞이한 지금도 대한민국의 축제는 여전히 카오스, 그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제 도시를 자부하는 진주의 축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포스트 코로나가 초래한 축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구체적인 대안도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기껏, 대면 축제와 비대면 축제로 나누어 대비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불편하지만 진주 축제의 현주소이다.

신축년 새해, 진주논개제가 첫 시험대에 오른다.

진주논개제는 뉴 노멀 시대에 대비하는 진주 축제의 불확실성의 최소화 전략과 지속가능한 축제의 표준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는 명제를 안고 있다. 축제 도시 진주의 명성에 걸맞은 축제의 패러다임 제시와 진주형 축제 전략 수립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로 제20회를 맞는 진주논개제는 축제 예산과 기간 측면에서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진입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대표축제 선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년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진주논개제가 짊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시대적인 소명을 외면한 채, 과거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변화와 발전의 문턱에서 위기를 기회로 창출하지 못하는 축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축제상황에는 더욱 그렇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진주논개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진주논개제 제전위원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과거 거수기에 불과했던 형식적인 위원회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이번만큼은 방관자가 아닌 진주 축제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진주논개제를 만드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진주논개제의 성공개최 여부의 최종 책임이 제전위원회에 있다는 사실 역시 엄중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진주 축제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진주논개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진주논개제가 진주 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축제 표준을 제시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진주논개제 개최를 앞두고 가장 안타까운 점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진주 축제의 패러다임 전환과 표준을 세우기 위한 공식적인 논의 과정이 없이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사실이다. 축제 개최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부랴부랴 준비하는 고질병도 여전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축제가 나아가야할 방향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다. 처절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올 가을에는 개천예술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진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연달아 개최된다. 현재와 같은 축제 방치 상황이 지속된다면 뉴 노멀시대에 걸맞은 진주의 축제는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대비하자. 늦지 않았다.

황경규/진주향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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