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멘탈, 신내림을 받았나
대법원장의 멘탈, 신내림을 받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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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며칠 전 서너 사람 모인 데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근래 처신이 화제가 되었다.‘거짓 명수(名手)’ ‘뻔대 법원장’ 같은 온갖 조롱이 나왔다. 한 친구의 ‘입벌구 김명수’란 말이 낯설었다. 물으니 ‘입만 벌렸다 하면 구라’라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잇단 거짓말 논란으로 그에게 호처럼 붙은 시쳇말이 ‘입벌구’인 거다. 구라는 가짜를 속되게 이르는 순 우리말이다. 본디 도박판에서 사기(詐欺)라는 뜻으로 쓰인 은어가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그날의 ‘입벌구 화제’ 출발점은 대법원장의 새로운 거짓말 보도였다. 광주지법 판사들이 추천한 법원장 후보자를 전화 한 통화로 사퇴시켰다는 폭로였다. 대법원장 지시를 받은 대법 관계자가 전화로 “법원장 후보에서 물러나 달라고 했다”는 기사였다. 대법원으로 몰려간 야당 의원들이 추궁하자 “언론에 났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보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번에도 대법원장 쪽이 거짓말일 거라는 생각에서 입벌구라 하는 것이다. 일테면 ‘김명수는 거짓말쟁이’란 낙인이 이미 찍혀버린 거다.

평생 판·검사 실물 한번 대면하지 못해본 시정 서인들마저 대법원장을 우습게 보는 작금이다. 그 가차없는 경멸에 이의를 달거나 핀잔할 사람도 별로 없다. 지난 4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 이후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밝혀졌기 때문이다. 임 판사더러 곧 탄핵될 거라며 사표 받기를 거부해놓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뗀 허언 말이다. 대법원장은 9개월 전 일이라서 기억이 불분명했다며 자신의 거짓말을 시인했다. 그로부터 국민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기가 찰 노릇이다.

거짓말, 구라 같은 어휘들은 일국의 대법원장한테 갖다붙이기엔 민망하고 송구한 낱말이다. 하지만 지금 온 나라 사람들은 앉는 데마다 이런 소리를 거리낌없이 내지른다. 우리 국민들이 대법원장을 이처럼 험하게 대접한 적이 있었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이승만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는 소리는 들어봤다. 거부하여 사법부 독립을 지켜냈다는 흐뭇한 이야기는 들었어도 김 대법원장 같은 경우는 금시초문이다. 보통 사람도 ‘거짓말을 한다’거나 거짓말쟁이란 말을 들으면 분해서 살이 부르르 떨릴 일이다. 하물며 정직의 신(神)쯤으로 여겨온 대법원장임에랴.

야당은 한 달 가까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그렇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2월 셋째 주 정례조사 응답자 60.9%가 김명수는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전 연령대, 전 지역이 대동소이했다. 심지어 그를 배출한 지역(부산 울산 경남)의 사퇴 찬성은 70%에 달했다. 여권에서도 사퇴하는 게 옳다는 발언이 나왔다. 법원 내부 기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쯤 되면 하나 마나 한 입술 사과 몇 마디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코를 감싸고 꼭꼭 숨어버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속된 말로 멘탈이 강한 건지 김 대법원장은 꿈쩍도 않는다. 지난 19일 내놓은 그의 짤막한 입장문 733자에는 7가지 허위가 들어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떻게 귀와 눈과 오장육부를 가진 이의 멘탈이 저리도 강할 수 있는가. 버텨야 한다는 ‘신내림’이라도 있었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저리도 빡세게 버틸 순 없을 성싶다. ‘사퇴는 없다’는 그의 말이 너무 명료하고 단호한 거다.

신내림은 근래 관가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대명천지에 당찮은 신내림을 들먹이는 건 우습다. 우습지만 사법 권력은 선출된 게 아니라서 신내림을 받는 걸까, 궁금하다. 만약 그렇다면 삼권분립은 어떻게 되나 싶은 거다. 무치(無恥)의 강한 멘탈 앞에 지친 국민이 이쯤에서 사퇴 요구를 접어야 하는가. 김명수 대법원장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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