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수를 보며
올해 운수를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2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채영 (시인·마루문학회장)
 

복 받기를 싫어할 사람 있을까. 새해가 되면 신수점을 굳이 점집을 찾지 않더라도 올해의 신수(身數)정도는 인터넷 점집에서 재미로 본다. 평소 신문에 게재된 띠별 운세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데 오죽할까. 점(占)이라는 것은 본디 점 복(卜)과 입구(口)로 이루어진 글자로 말 그대로 점괘를 입으로 말하다 는 뜻이다.

먼 옛날 사냥이나 제사를 지낼 때 거북 등껍질이나 소뼈를 태워 생기는 무늬를 보고 하늘의 뜻을 미리 살피는 행위에서 유례된 것이 그 시작이다. 이 같은 갑골은 문자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으니 점보는 행위야 말로 인문의 시작이었다.

문자시대에 이르러 점은 보다 정교해지고 사뭇 통계학적이다. 인간은 나면서 누구나 집의 네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사주 태어난 해, 달, 일, 시를 갖는다. 이 사주 등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해 낸 풀이가 사주명리학인데 여기에 운수(運數)가 논하여 진다는 게 점이다.

사람의 생로병사와 기운의 흥망성쇠에 따르는 길흉화복이 그 점 풀이다. 길흉(吉凶)의 길(吉)은 선비사(士)와 입구(口)요 흉(凶)은 입 벌린 감에 다섯오이다. 설문해자에 길(吉)은 선(善)이라 했고 흉(凶)은 악(惡)이라 했다. 선비사(士)는 공자의 말에 의하면 추십합일위사(推十合一爲士)로 열 가지 일을 맞아 한 번에 해결하는 사람이라 했다. 그럼으로 길(吉)은 선비의 입이다, 반면 흉(凶)은 누군가 빠지기를 바라고 파 놓은 함정과 같은 글자이니 경계하고 경계할 글자이다. 화복은 길흉에 따른 인과(因果)이다. 길(吉)하면 복이고 흉(凶)하면 화(禍)를 면하기 어렵다. 화복은 모두 신(神)의 부수인 보일시(示)변을 갖고 있다. 재앙 화(禍)에는 뼈 바를 과에 입구(口)로 앙상한 뼈에 입만 붙어 있는 형상이니 그 자체가 기괴함이다. 반면에 복은, 높을 고(高)와 두터울 후(厚)가 가득할 복이 길함으로 얻는 열매가 집에 가득한 복이니 부(富)이다. 결국 길흉은 사람의 노력으로 결정되지 운명으로 결정될 일은 아니다.

숙명고애(宿命苦埃)운명행복이라했다 운명을 결정하는 팔자는 결국 스스로 운전하는 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예정적 결론으로 정해진 인생이라면 어디 살맛나는 인생이겠는가. 하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삶, 궁금한 미래 커닝하듯 보는 신점이지만 그렇게 오래 기억한 적도 별로 없다. 부족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워가며 노력하는 것이 재수고 발복의 근원은 아닐지, 그러면서도 오늘의 운세를 뒤적이는 게 또한 사람이다.

안채영/시인·마루문학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