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위 (마산중부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김철수(가명)는 절박한 구직자이다. 그런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구인광고란을 뒤적거리다 특이한 광고를 봤다. ‘쉬운 일. 현금 수금 아르바이트. 회당 수수료 30만원’. 수금을 몇 번이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번씩만 하더라도 한 달에 900만원이다.
김철수는 홀린 듯이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을 수거하는 수거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대면편취) 사기에서 수거책이 생겨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콜센터)은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이라고 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속은 피해자에게 수거책을 보내어 돈을 수거하고 결국 해외계좌로 돈을 받는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피해금은 온데간데없고 돈을 잃은 피해자와 수거책만 남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찾아보지만 해외에 숨어있어 현실적으로 검거가 쉽지 않다.
범인의 말에 속아 설치했던 A은행 어플리케이션이 해킹툴(전화가로채기, 원격조종)이 되어 이영희가 진짜 금융감독원과 진짜 거래은행에 전화해도 전화가 연기자 역할을 하는 범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공식적인 구인광고를 통해 쓰다 버릴 손발을 구하고, 가짜 어플리케이션으로 해킹을 해서 사람을 속이는 수법으로 인생의 밝은 일이 있다며 환한 종을 울려 모두를 속인다. 이 환한 종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고도의 현혹과 기술로 만들어진 종이라서 그 종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면 누구나 종에 홀릴 수 있다. 이제는 종을 직시하고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
김양위 마산중부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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