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과 권력 시스템
민정수석과 권력 시스템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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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 5대 권력기관은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이다. 이들 5개 기관의 사정 업무를 총괄하고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검증 권한까지 가진 민정수석은 국내 권력의 총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민정(民情)은 백성의 뜻 즉 민심을 살핀다는 의미이다. 민정수석은 국민의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파악한 후 여과 없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직보하여 올바른 정치를 펼 수 있게 하는 대통령 비서다. 동시에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임명에서 공직자의 재산과 인성을 포함한 공직 검증을 주도적으로 감찰하고 대통령의 최종 결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권력의 핵심 요건인 인사권과 사정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청와대에서도 첫 번째로 손꼽히는 중요직책으로 막강한 권력을 보지(保持)하고 있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알력과 암투가 있어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를 잠재우고 권력을 원만하게 작동시키려면 조직을 시스템에 의하여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조직이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 특정인에 의하여 움직일 때 그 조직은 농락당하여 무너지게 된다. 중국 후한말 10명의 중상시(中常侍)가 국정을 농락한 일을 ‘십상시의 난’이라 역사는 기록한다. 이명박 정권 때는 민정수석의 업무를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영포(영덕과 포항)라인에서 불법 사조직을 만들어 권력을 농락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정수석실이라는 공적 조직은 뒤로하고 소위 ‘문고리 3인방’이라는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락하여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민정수석실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대통령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하고 떠난 조국 수석의 자리에 김조원 민정수석이 임명되었지만 1년 만에 교체되었다. 세인(世人)들은 “직(職)보다는 집을 택했다”고 하지만 갈등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잉태되었다. ‘시집 강매’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노영민 의원의 중징계에서 발단되었다. 이어 김종호 수석은 이른바 ‘추-윤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함께 넉 달 만에 경질되었다. 현재 여권 내의 갈등을 빚고 있는 신현수 민정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시민사회수석·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뜻이 맞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15년 만에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현 정부의 첫 번째 검찰 출신이며 마지막 민정수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자리를 받았다. 그러나 임명된 지 50일도 되지 않아 2번씩이나 사의를 표명하는 등 처음부터 삐거덕거리더니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것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법무부와 검찰총장 사이를 조율하고 대통령의 뜻에 따라 사법절차를 다듬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지 않겠다”라 한다. 이는 검사장급 인사에서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비서관과 협의 후 대통령 결재를 받은 것에 기인한 것이다.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이다.

민정수석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직하고 소신있는 사람이 맡아 시스템을 바르게 움직일 수 있게 대통령이 조율해야 한다. 시스템을 올바르게 작동시킬 때 조직(청와대)은 정상으로 움직여져 권위가 세워진다. 정부는 조직에 따라 위계와 질서가 있어야 하고, 질서와 위계가 바로 설 때 공직은 정상으로 가동된다. 민심을 올바로 파악해야 정권이 안정된다. 정권이 안정되어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바로 설 수 있다. 이 역할을 민정수석이 해야 한다. 추상같은 권력을 춘풍추상(春風秋霜)으로 소통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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