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수렴 통해 진주시 허가
전자파 우려·조망권 침해 민원에
시, 설치 한 달 만에 철거 추진
통신 불통에 시달리던 신진주 역세권 아파트 인근에 공용화 중계기가 설치된 지 한 달 만에 진주시가 일부 민원을 근거로 철거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진주시 등에 따르면 진주시는 가좌동 무듬산 희망공원에 설치된 공용화 중계기 철탑을 철거하라고 지난 19일 설치 업체에 전달했다.
희망공원은 일부 고층 세대 반대로 아파트에 중계기를 설치하지 못했던 인근 공동주택 단지가 대안으로 중계기 설치에 나선 곳이다.
센트럴웰가, 시티프라디움1·2차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지난해 5월부터 관련 절차를 밟은 결과 지난달 22일 공원 중턱에 17m 높이의 공용화 철탑이 세워졌다. 지대가 높아 주변 공동주택 인접 동에 거주하는 1000세대 안팎의 통신 장애를 해소하기에 적합했다. 관련 진주시 3개 부처의 허가 획득 등을 하느라 8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철탑에 안테나를 달아 실제 전파를 보내는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9일, 진주시는 이를 철거하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시티프라디움 1차 공원 방면 고층 거주자 소수와 일부 공원 이용자 등이 조망권·재산권 침해, 전자파 우려 등을 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진주시, 찬성·반대 주민, 설치 업체 관계자 참석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반대 측은 “집에서 공원을 내려다볼 때 중계기 때문에 조망권과 재산권을 침해받고, 전자파도 신경 쓰인다”고 했다. 이어 “공원 이용 시 전자파 노출도 우려된다”며 “자기네 아파트 설치된 건 철거하고 모두가 이용하는 공원에 설치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설치 추진 측은 “중계기는 나무에 둘러싸인 데다 시티프라디움 1차에서 250m 거리라 잘 보이지도 않는 만큼 조망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그 방향으로는 전자파를 보낼 계획도 없고 거리상 닿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립공원 등 상당수 공원에 중계기가 설치됐다는 점, 역세권 공동주택 외에 대형 도로 등에서도 전화가 안 터지는 만큼 역세권 전체 통신 환경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진주시는 반대 측 손을 들었다.
진주시 공원녹지팀 관계자는 “공원은 시민들이 휴식을 위한 공간이지 통신시설을 위한 공간이 아닌 만큼 일부라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점용허가는 공원 기능을 저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데, 일부 시민의 공원 이용 스트레스 호소를 ‘공원 기능 저하’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에 통신 정상화를 기대하던 인근 공동주택 주민 대다수는 즉각 반발했다.
센트럴웰가 입대의 측은 “전파는 공공 재산인 만큼 다수의 이익을 보고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진주지역 공원 20곳 안팎에서 운영 중인 중계기도 민원 몇 통만 넣는다면 다 철거할 거냐는 질문도 던졌다.
시티프라디움 2차 입대의 측은 “소수의 근거 부족 민원을 시가 컨트롤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암담하다”며 “통신 장애 해소를 손꼽아 기다린 주민 대다수가 크게 낙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원녹지팀 측은 “설치 추진 측에 공원 이용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철거할 수 있다고 여러 번 사전에 경고했는데 일주일 사이 반대 전화만 20통가량 받았다”며 “지난달 관련법 개정으로 이제는 아파트 내 중계기 설치가 입대의 투표만으로도 가능하다. 그 방식으로 통신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