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가입 30년만에 핵심협약 7개 비준…노동권 선진국 진입 발판
ILO 가입 30년만에 핵심협약 7개 비준…노동권 선진국 진입 발판
  • 연합뉴스
  • 승인 2021.02.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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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의 자유 등 ILO 핵심협약 3개 비준 동의안 국회 통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한민국 노동권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게 됐다.

노동권의 ‘글로벌 스탠더드’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노동권 선진국’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국내 노조법 등이 여전히 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조법과 핵심협약 가운데 무엇을 우선 적용할지 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ILO 가입 30년 만에 핵심협약 8개 중 7개 비준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ILO 핵심협약 제87호, 98호, 29호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ILO에 핵심협약 비준서를 기탁하면 1년이 지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노동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국제기구인 ILO가 아동 노동 금지, 성별과 출신에 따른 고용 차별 금지, 강제 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보호 등 노동권의 기본 원칙을 집약한 협약으로, 모두 8개가 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 이후 국제사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보호에 관한 87호와 98호, 강제 노동 금지에 관한 29호, 105호 등 4개 협약은 비준을 계속 미뤘다.

노조법을 포함한 국내법이 이들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친 탓이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협약 기준에 못 미치는 국내법을 그대로 둔 채 협약을 비준하면 법 규범의 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핵심협약 가운데 87호, 98호, 29호 등 3개를 비준하기로 하고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했다.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기준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ILO 핵심협약 29호를 반영한 병역법 개정 절차도 진행 중이다.

병역법 개정안은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이 현역과 사회복무요원 중 복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보충역이 강제 노동으로 해석될 소지를 없앤 것이다.

아직 ILO 핵심협약 105호의 비준이 남아 있지만, 한국은 8개 핵심협약 중 7개의 비준을 통해 ILO 회원국이 된 지 30년 만에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ILO 핵심협약은 노동권에 관한 보편적 국제규범으로 통한다. ILO의 187개 회원국 가운데 146개국이 8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6개 회원국 중 32개국이 8개 협약 비준을 완료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노동권 제한을 공정한 무역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간주하며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국익을 위해서라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더 미룰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ILO 핵심협약과 노조법의 효력 우선성 등 놓고 혼란 불가피

ILO 핵심협약 3개의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비준을 위해 개정한 노조법 등이 ILO 핵심협약에 크게 못 미친다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여전히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의 노조 결성을 제한하는 장치를 두고 있으며 기업별 노조 임원 자격도 해당 기업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어 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ILO 핵심협약과는 어긋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가 국내법의 효력을 갖게 될 경우 ILO 핵심협약과 노조법 가운데 무엇을 우선 적용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고 있다.

신인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현시점에서 ILO 핵심협약이 노조법에 대해서는 신법(新法)이라며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ILO 핵심협약을 우선 적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핵심협약이 국내법의 효력을 갖더라도 그 내용은 매우 추상적”이라며 “핵심협약 자체가 국내법의 효력을 무효로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법적 다툼에서 핵심협약을 우선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노동계는 국내 노동 관련 제도와 관행이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에 어긋난다고 볼 경우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진정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권고 등을 내놓지만,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를 반대해온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권 수준을 끌어올리는 만큼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ILO 핵심협약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 삭제,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파업 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남은 ILO 핵심협약은 105호뿐…국가보안법 등 걸려 있어 비준 어려워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29호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핵심협약은 105호 1개만 남게 됐다.

ILO 핵심협약 105호는 강제 노동 폐지에 관한 것으로, 정치적 견해 표명과 파업 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 부과하는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ILO 회원국 가운데 아직 핵심협약 105호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12개국뿐이다.

ILO 핵심협약 105호는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한 처벌로 강제 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과 상충할 수 있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105호를 비준하지 않는 이유로 ‘분단 상황’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협약 105호 비준은 징역형을 금고형으로 변경하는 형법 체계 개편도 수반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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