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코로나19 극복 키워드 '산림문화'
[경일포럼]코로나19 극복 키워드 '산림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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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우리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7년이 걸린다는 전문가의 말도 들린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신 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 중국 남부 윈난성과 미얀마와 라오스 인접 지역이 박쥐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거다. 지난 10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기온상승과 강수량 변화로 이 지역의 관목지가 열대 사바나와 활엽수림으로 바뀌며, 박쥐가 서식하기 알맞은 식생으로 변했다는 거다. 박쥐 한 종이 평균 2.6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걸 생각하면 박쥐 40종이 이주하며 100여 종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들여온 셈이다. 결국, 코로나19는 인간의 생활 공간이 축소되거나 황폐해지는 과정에서 박쥐로부터 바이러스를 옮겨 받은 각종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며, 벌어진 생태 재앙이라고 생태과학자 최재천 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울증도 이기고, 스트레스도 풀며, 활기를 찾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생긴 우울증을 이겨내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며, 활기를 찾아주는 건강한 방법이 있다. 산림문화다.

필자는 대학에서 ‘산림과 문화’를 강의하면서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숲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가치를 담아내는 마음의 표현’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즉, 숲에는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정서가 있으며, 삶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 마음 편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숲에 들어 선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숲에 들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느 숲이건 한적하게 소요하며 사색하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참살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가까이 지리산을 비롯하여 비봉산, 선학산, 월아산, 금산, 자굴산 등등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크고 작은 산이다. 그래서 언제라도 발길만 떼면 산과 숲에 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산과 바다를 아우를 수 있는 곳도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관광자원이며, 문화자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지역 사람들은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도시에서 수십 분 거리에 명산이 있고 아름다운 숲이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농담으로 산에 들고 오면 “보약 한 첩 지어 먹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만큼 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그것이 참살이고 코로나19를 이기는 쉬운 방법이다. 가족이나 친구 한둘이 오래된 절집도 둘러보고 산에 자라는 수많은 나무나 풀, 버섯, 야생동물의 이름을 배우고 그들의 생태까지 알게 된다면 그처럼 정신적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드물 것이다. 한 차로 움직일 수 있는 최소 인원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며, 숲에서는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두기의 몇십 배가 이뤄진다.

적게 투자하고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숲과의 만남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웰빙라이프가 숲과의 만남이다. 인간 유전자에는 숲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형질이 있다. 돌이켜 보면 인간에게 내재하고 있는 숲으로 가고 싶은 유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생태적 방어막이 아닐까 싶다. 숲과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과 실제 숲을 거닐며 몸 건강을 키우는 것이 바이러스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며, 숲으로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산림문화를 만끽하고 코로나19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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