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자 /복효근
어머니 혼자 기저귀를 가신다
스스로 아기가 되어
쭈그리고 앉아 기저귀를 가신다
어머니는 여자였구나
아버지가 나를 만드실 나이의 아버지가 된 내게
각시처럼 부끄러워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앙상한 엉덩이뼈를 감싼다
업거나 안고서
어디로 데려가겠다는 것 같다
그 어디에 가서는 진짜 아기가 될 것이다
죽음의 둘레가 만삭이다
산통이 좀 길다
---------------------------------------------------------------------------------
poem… 어머니도 여자였던 것을 잊고 사는 우리는 매일을 불효하고 매일을 가슴 친다. 자식이란 부모가 떠나고서야 그 자리를 깨닫는 존재인가보다. 노인성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잠깐씩 정신이 돌아왔을 때 혼자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본 나는 뜻밖에 어머니의 여성성과 만난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뿐 어떤 불순한 것이 침범하지 못하는 성역이었던 나에게 어머니의 이런 행동은 당황스럽다. 부끄러워 불도 켜지 않은 채 앙상한 엉덩이를 감싸는 어머니는 새색시마냥 수줍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는 누구의 엄마도 아닌 한 남자의 아내였음을, 나를 만들 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든 아들을 여자가 된 어머니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인 것을. 깨달음은 늘 후회를 동반한다. 나에게 어머니는 여자이면서 동시에 기저귀를 갈아줘야하는 아기로 환원분열을 일으키는 존재다. 이것은 다른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가 새 몸을 받아 아기로 태어났을 거라 믿고픈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죽음의 둘레가 산통을 겪은 후 완성될 생명의 탄생을 보겠다.
어머니 혼자 기저귀를 가신다
스스로 아기가 되어
쭈그리고 앉아 기저귀를 가신다
어머니는 여자였구나
아버지가 나를 만드실 나이의 아버지가 된 내게
각시처럼 부끄러워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앙상한 엉덩이뼈를 감싼다
업거나 안고서
어디로 데려가겠다는 것 같다
그 어디에 가서는 진짜 아기가 될 것이다
죽음의 둘레가 만삭이다
산통이 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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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어머니도 여자였던 것을 잊고 사는 우리는 매일을 불효하고 매일을 가슴 친다. 자식이란 부모가 떠나고서야 그 자리를 깨닫는 존재인가보다. 노인성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잠깐씩 정신이 돌아왔을 때 혼자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본 나는 뜻밖에 어머니의 여성성과 만난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뿐 어떤 불순한 것이 침범하지 못하는 성역이었던 나에게 어머니의 이런 행동은 당황스럽다. 부끄러워 불도 켜지 않은 채 앙상한 엉덩이를 감싸는 어머니는 새색시마냥 수줍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는 누구의 엄마도 아닌 한 남자의 아내였음을, 나를 만들 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든 아들을 여자가 된 어머니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인 것을. 깨달음은 늘 후회를 동반한다. 나에게 어머니는 여자이면서 동시에 기저귀를 갈아줘야하는 아기로 환원분열을 일으키는 존재다. 이것은 다른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가 새 몸을 받아 아기로 태어났을 거라 믿고픈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죽음의 둘레가 산통을 겪은 후 완성될 생명의 탄생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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