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날씨
마음의 날씨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2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얼마 전 진료실을 찾아온 내담자 한분은 최근 기분이 우울하고 삶의 모든 것에 의미를 잃었다고 호소하였다. 그런데 2주 후에 다시 진료실을 찾았을 때 그 분은 밝은 표정으로 자신감에 차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2주 동안 인생관을 바꿀만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삶의 태도가 정반대로 달라진 것이다. 이런 갑작스런 변화는 양극성 장애로 인해 기분이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삶의 태도나 자존감, 활력 등이 덩달아 달라지게 된 것이었다.

뇌과학자 다마지오는 감정의 뇌가 망가진 사람들을 연구하여 감정이 없으면 우리가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정과 기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양극성 장애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기분은 마치 날씨처럼 변덕스럽게 달라지며 우리의 마음을 시시때때로 재설정한다.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것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창조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매 순간 마음을 사용해 세상을 새롭게 창조해낸다. 세상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우울할 때의 세상은 무가치하고 부당하게 느껴지고 우리가 기쁠 때의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또 기분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각색하기도 한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의기소침해 질 때는 과거 실패했던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면서 더 자신감을 잃는다. 반대로 기쁠 때는 과거와 미래가 장밋빛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를 ‘기분 의존적 기억’ 이라고 한다. 기분은 마치 진한 색안경처럼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에 감정의 색깔을 입힌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자신의 기분이 시키는 대로 산다. 기분이 다운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누워서만 지내다 기분이 고양되면 이것저것 감당하지 못할 일들을 벌인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되면서 점차 기분에 대해 자각이 생기고 기분에게 빼앗겼던 삶의 결정권을 다시 가지고 올 수 있다. 우리는 일기예보를 살피며 날씨에 대비하지만 그렇다고 날씨가 시키는 대로 살지는 않는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은 외출하기 귀찮지만 그래도 나가고 싶다면 우리는 우산을 쓴 채로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매일 아침 뉴스의 일기예보를 보듯이 매순간 우리의 기분과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스스로의 기분 상태를 자각하면 거기에서 거리를 둘 수 있고 그러면 기분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정철홍/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최창민
  • 고충처리인 : 박철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