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밥돌밥'
'돌밥돌밥'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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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요즘 맘카페에 자주 등장하는 말중에 ‘돌밥돌밥’이라는 말이 있다.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를 줄인 말 혹은 메뉴가 돌고 돌아 같은 밥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삼시세끼를 챙기는 주부들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웃픈 신조어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돌봄으로 시작되어 누군가를 돌보는 노동을 하고 다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상황이 돌고 돈다. 생애주기별 돌봄의 역사가 누구든 공평하게 쓰여 진다. 하지만 이 돌봄노동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건강실태조사에서 57.5%가 우울감을 호소하고, 그중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의 스트레스 지수가 59.9% (경기연구원 2020. 4월 자료)로 1위다. 이 역시 돌봄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수치다.

돌봄을 예전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무급으로 해야 하는 일들로 치부했다. 여성들이 잉여노동처럼 집에서 놀면서 하는 일로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돌봄이 그야말로 아무나 하는 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1인 가족,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점점 핵가족화 되어가는 시절을 반영한다면 이제는 독박은 없어 보인다. 사회는 점점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학적 변화 속에서 아동양육과 노인부양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을 하지 않으면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없고 인간의 대한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돌봄노동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사람을 돌보는 행위로서 노인, 어린 자녀, 장애인, 환자 등을 그 대상으로 하는 노동이다(Daly, 2000). 그런데 오늘 우리 집에서는 돌봄 노동에 대해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나. 사회에서는 얼마나 대우해주나. 대부분 여성들이 하는 일 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여성들이 하는 하찮은 일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성평등한 일자리가 될 것이다.

우선 돌봄노동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합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신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가족, 대상자의 생계 관리, 생리적 요소등과 같은 정신적 노동도 포함된다. 필요한 것에 비해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가 그 어느 일보다 더 많다. 결국 돌봄은 돌고 돌아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독박이 아니라 함께 한다면 노동이 평등할 수 있으며 누구나 권리를 존중받는 세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돌봄은 책임감과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제는 돌봄의 책임을 개인의 영역으로 둘 수 없다. 가정, 마을, 국가가 다함께, 다같이 돌봄이 필요하다.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하고 지위가 향상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된다.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돌봄의 대상자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의 정비와 함께 말이다.

돌고 돌아 다시 봄, 코르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코로나 백신이라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돌봄에도 봄이 오기를 희망한다. 오늘 아침 내 아이를 누군가 돌봐준다는 확신으로 문을 나서고 내일이면 누군가를 당연히 나를 책임있게 돌 봐 주는 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그 꿈이 누구나에게 이루어지려면 돌봄노동자가 행복해야한다. 또한 돌봄이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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