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득기(人生得己)
인생득기(人生得己)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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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전 창원중부경찰서장)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나 아닌 나’를 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죽어도 한이 없다(人生得己死無憾)라는 말이 있다.

내 나이 벌써 예순 하고도 여섯 해가 넘어가고 있지만 과연 득기(得己)와 비슷한 것이라도 했는지, 되돌아 보면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형제 자매이든 친구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그 어느 누구든지 ‘나 아닌 나’라고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삼국지의 등장인물 중 ‘주유’라는 인물이 있다. 오나라의 주군 손권이 위나라의 조조와 대항해 ‘전쟁을 할 것이냐, 화친을 할 것이냐’를 두고 주유의 의견을 듣기 위해 변방에 있는 그를 소환 했다.

그러자 주유의 아내 ‘소교’는 하녀에게 ‘짐을 꾸리라’고 지시한다.

소교(小喬)는 당시 동오 권문세족의 차녀이다. 아버지 교공은 손책의 아버지이자 동오의 실권자였던 손견과 왕래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두 집안의 관계 때문에 소교의 언니 대교는 손책의 아내가 되었고, 그녀는 동오의 명장이었던 주유의 아내가 됐다. 후세 사람들은 이 영웅과 미녀의 만남을 하늘이 맺어준 것이라고 했다.

소교는 주유와 말 한 마디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주유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유와 동문수학한 적국 위나라의 중신 장간이 주유를 회유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주유는 아내 소교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만 말 했을 뿐인데, 소교는 역지용지 즉 반간계임을 즉시 알아채고 주유를 도와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일조한다.

이런 소교를 그냥 현명하고 재치있는 여자로 치부해버리기는 좀 아쉬운 감이 남는다. 두 사람은 몸은 따로지만 마음과 마음이 상통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경지라고 해야할 것이다.

석가모니가 연꽃을 따서 들고 대중들에게 보이자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빙그레 미소지었다고 하여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한다는 것을 염화시중의 미소(拈華示衆微笑) 라고 한다.

주유와 소교, 석가와 가섭은 소위 득기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감히 바랄 수 없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집에만 콕 박혀 살아야하는 코로나시대에 그런 사람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강선주/전 창원중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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