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가 되어줘서 고마워
나의 아빠가 되어줘서 고마워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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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 어느 한 달동네의 판잣집에서 12살 꼬마 소년이 뛰쳐나왔다. 낡아서 여기저기 해진 옷부터 시작해 종아리에 남아있는 아직 부어올라 있는 빨간 자국까지 그 소년의 외관은 성한 곳이 없었다. 집에서 나온 그 날은 쌀쌀한 초겨울이었다. “절대 저런 아빠가 되지 않을 거야.” 소년의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아빠의 친척이 궁금했다. 내가 만난 아빠의 가족이라고는 친할머니, 고모, 삼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친척은 없냐고 물어보면 멀리 있어서 만나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아빠에게 친척 얘기를 꺼낼 때면 아빠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공존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22살일 때, 부모님과 함께 간단하게 술을 마시며 대화하던 도중 아빠는 내게 이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해줄 때가 되었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5살 때부터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이야기, 이렇게 맞다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12살에 가출했던 이야기 등 아빠의 어두운 어린 시절을 처음으로 자세히 듣게 되었다. 항상 인자한 미소로 든든하게 가족을 지키던 아빠와 너무도 다른 어린 시절이었다.

아빠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은 후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내게 아빠는 “내가 딸과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나는 아빠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을 알고 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아빠는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연예인을 좋아해서 굿즈를 살 때도 지원해주고 같이 관심을 가졌다. 공부하다가 힘들어할 때면 같이 강의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또 역사를 좋아하던 나를 위해 역사책을 읽고 나와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사·상식을 알려주려고 주말이면 사회 문제에 대해 둘이서 열띤 토론도 했다.

아빠의 노력 덕분에 우리 가족은 서로 간의 대화가 줄어들고 있는 현대 사회 가정과 달리 매일매일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빠는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또 아빠의 딸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항상 고마운 존재다. 나는 이런 가정이 될 수 있게 한 장본인, 그리고 나를 위해 열띤 노력을 한 아빠를 제일 존경한다.


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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