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창을 넓히자
이해의 창을 넓히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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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커플이나 부부사이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이혼의 원인 중 성격 차이가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부부 갈등으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상대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가까운 관계에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으로 변하기도 한다.

비단 결혼생활뿐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도서관 하나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을 넓혀보면 조금씩 ‘이해의 창’이 확대될 수 있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여자는 배우자의 정신적 외도를 더 괴로워하고 남자는 배우자의 육체적 외도에 더 고통 받는다고 한다. 구석기시대에는 여자 혼자서 아이를 기르기 힘들었기 때문에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과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큰 위험이었다. 한편 남자의 입장에서 부인이 다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가 없는 남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냥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오랜 시간동안 진화를 통해 유전자에 새겨진 마음의 시스템이 서로 다르다.

선천적으로 마음의 구조가 어느 정도 세팅되어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후천적으로 엄청난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 상식과는 다르게 뇌세포들의 연결성이 가장 많을 때는 태어난 직후이다. 그 후 성장하면서 경험에 의해 수많은 뇌 연결들은 가지치기 되어 사라지고 남은 연결들은 단단하게 결합되어 각자의 마음을 만든다. 뇌는 대리석 원석과 같아서 태어난 후 경험에 따라 무한히 많은 모양으로 조각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변화의 잠재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고양이는 저마다 비슷하게 행동하지만 인간 안에서는 부처님도 있고 연쇄살인마도 있을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상대방의 마음은 나와는 다른 모양으로 태어나서 오랜 시간 내가 하지 못한 수많은 경험들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호기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철홍 (해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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