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걸어요
한 걸음 더 걸어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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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시인, 교사)
 

어머니의 연서 같이 언 마음을 녹이는 3월이 어김없이 왔다. 계절이 그러하듯 학교는 ‘코로나19’로 추웠던 겨울을 무사히 견디고 초등학교 1·2학년 전면 등교라는 방침으로 더욱 따뜻한 3월을 맞았다. 희망이 한 걸음 더 다가온 듯 반가움에 어깨춤이 날듯하다.

지난해 3월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등교하지 못했고 개학일도 추이를 지켜보느라 정확한 날짜를 정할 수 없었다. 모두 집이 생명의 끈이라 여기며 꼭 잡고 버텼다. 그때 가정에서 아이를 지켰던 부모님의 애씀과 학교에서 배움의 꾸러미를 만들어 마음을 전하던 선생님이 있어 큰 힘이 되었었다. 함께 이겨내고자 했던 우리는 혼자인 나보다 따뜻했었다. 올해는 한 걸음 더 용기를 낼 준비가 되었다.

격일제, 반반 등교 등을 넘어서서 1·2학년이 모두 학교에 나온다. 아직 위험이 남아서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입학식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튜브를 활용하여 실시간 원격으로 참여하는 입학식과 시업식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는 실시간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감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학교는 이처럼 매체 활용으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기술이 더 진보하였고, 교육부의 ‘건강상태자가진단 앱’의 활용으로 학생과 교사의 건강을 먼저 진단하고 학교의 등교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새로운 도입이었다.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를 향해 부모님은 격려의 말과 당부를 전할 것이다. ‘코로나’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노심초사 잊지 않으실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보다 한층 더 자라있고 진지하다. 친구가 좋은 아이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얼굴을 마주 보며 재잘재잘 수다를 쏟아내곤 했었다. 올해의 아이들은 3월 학교적응기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오자마자 투명 가림막 안의 자기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수업 시간이 되도록 자기 시간을 활용하는 모습이 편안해 보여 대견스럽다.

학생은 교사와 친구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3월 첫 만남이 편안해지고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일 때까지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마스크 낀 얼굴에 번지는 눈웃음과 따뜻한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웃고 더 다정한 말을 전하려 한다.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고 반짝이는 새날이 되기를 바라는 교사의 마음이다.

허미선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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