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첫 해 시험대
국수본 직접 수사 가능성도
올해부터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난 경찰의 역량을 시험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대통령 지시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을 이룬 첫해부터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8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LH 수사와 관련해 “사명감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부동산 특별단속을 해오면서 역량을 높여왔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그는 노태우 정부 때 1기 신도시,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검찰이 수사한 것에 대해 “당시 검찰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경찰도 참여했다”며 “상당수 성과가 경찰에서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국수본은 지난 5일 LH 임직원 등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특별수사단은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수사국 반부패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를 비롯해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는 곳은 국수본의 사실상 유일한 직접 수사 부서인 중대범죄수사과와 첩보 수집 역할을 하는 부서인 범죄정보과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국수본이 지휘만 하는 차원을 넘어 중대범죄수사과 인력을 투입해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LH 본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H 직원 등의 투기 정황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경찰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루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투자’라고 주장하면 혐의를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최승렬 수사국장은 “투자와 투기 사이에 평행선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깨는 게 수사 능력”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법원에 곧바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절차상 검찰을 거쳐야 해 수사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수사는 올해부터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난 경찰의 역량을 시험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