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폰 고장났어”…진화하는 메신저 피싱
“엄마, 폰 고장났어”…진화하는 메신저 피싱
  • 백지영
  • 승인 2021.03.0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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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인터넷 사기·사이버 금융범죄
올해 1~2월 피해건수 1782건 달해
경찰 “침착하게 112로 상황 상담을”
#.‘엄마, 나 지금 폰 액정이 나갔어. 010-12XX-34XX를 카카오톡에 추가해서 답장 줘. 통화는 안 돼.’
도민 A씨(61)는 지난 달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아들의 연락이라 생각한 A씨는 해당 번호를 카카오톡에 추가해 대화를 이어갔다.
상대방은 핑계를 대며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요구했지만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정보를 전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장에서 1200만원이 인출됐다는 안내가 전달됐다.

 

 

가족 등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메신저 피싱이 방식을 바꿔가며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도내 ‘인터넷 사기 및 사이버 금융범죄’ 피해 건수는 1782건이다. 5년 전인 2016년 1~2월에는 756건에 그쳤던 사실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인터넷 사기 및 사이버 금융범죄’에는 주를 이루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기를 비롯해 (몸캠)피싱, 파밍, 스미싱 등 다양한 금융사기가 포함된다. 경찰은 이 중 10% 안팎이 카카오톡·페이스북 등을 통해 가족·지인 사칭으로 돈을 뜯어내는 ‘메신저 피싱’에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신저 피싱’은 택배배송·저리대출 문자를 통해 악성 앱 다운로드 주소 접속을 유도하는 ‘스미싱’, 검찰 등을 사칭한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보이스 피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만큼 자칫 방심했다가는 피해를 보기 쉽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 메신저피싱 피해 건수(잠정)는 지난해 11월 1336건에서 지난 1월 1988건으로 두 달 만에 절반 가까이 뛰었다. 특히 가족·지인을 사칭해 개인(신용)정보를 직·간접적으로 탈취해 자금을 편취하는 피해사례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 소비자경보 ‘경고’가 발령됐다.

금감원은 과거 메신저 피싱은 타인의 계좌로 직접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신분증이나 카드·계좌 번호, 비밀번호 등을 직접 보내달라고 요구하거나 악성앱·팀뷰어 설치를 유도한 뒤 휴대전화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구글 기프트카드’를 활용한 메신저 피싱도 늘었다. 돈을 받을 대포 통장 마련 등의 절차가 간소화돼 상대적으로 금전 편취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주에 거주하는 최모(56)씨는 지난 6일 딸을 사칭해 휴대전화가 파손됐다고 주장하는 카카오톡 계정으로부터 구글 기프트카드 40만원치를 구매해 코드 번호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다행히 전송 직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자녀 직장·자택으로 전화를 시도한 결과 통화가 성사되면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종은 진주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중국·동남아에 조직된 범죄 단체가 무작위로 한국인 수만 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한 명만 걸려라’는 식으로 시도하는 사이버 사기”라고 설명하며 “가족인 척 연락을 해왔더도 신분증,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 관계자는 “자녀 문제에는 부모가 평정심을 놓치기 쉬운 점을 노린 범죄”라며 “위급한 상황처럼 보이더라도 1~2분만 시간을 내서 자녀 직장 등으로 전화를 해보거나 112로 상황을 상담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메신저 피싱으로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면 별정 통신사 휴대전화 개통을 통한 대출 시도, 통장 개설 후 타 사기에 이용 등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개인정보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휴대전화 신규 가입 확인·차단은 ‘엠세이퍼(www.msafer.or.kr)’, 본인 확인 내역 조회는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www.eprivacy.go.kr)’, 대출 현황 확인 등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과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www.payinfo.or.kr)’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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