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거제대구와 견내량 돌미역
[기자의 시각]거제대구와 견내량 돌미역
  • 배창일
  • 승인 2021.03.0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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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 시어(市魚)인 대구는 진해만이 최대 어장이다. 1939년에는 대구가 약 1400만t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어구의 발달 등으로 대량 포획이 가능해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어획량은 줄었다. 1980년대 초반에는 멸종위기에 몰려 대구 한 마리 가격이 쌀 한가마니 가격보다 비쌀 정도였다. 진해만에 대구가 자취를 감추면서 비로소 사람들의 노력이 시작됐다. 1987년 거제수산업협동조합이 대구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거제수협의 노력으로 2003년도부터 대구 어획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는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산란을 위해 진해만을 찾는다. 수컷 대구는 암컷이 산란한 알을 찾아 수정을 시키기 위해 수심 18m에서 방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연구 결과 현재 국내에서 잡히는 대구는 최소 74.4% 이상이 진해만 등 경남에서 방류해 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국내에서 대구를 구경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증거다.

거제와 통영을 잇는 견내량에서는 자연산 돌미역이 채취된다. ‘트릿대’라는 긴 장대로 물속 바위에 붙은 미역을 감아올려 따내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미역 종자의 훼손을 막기 위함이다. 견내량 해역의 돌미역은 거센 물살을 견디며 암반에서 자란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기록돼 있고, 임금님 수라상에도 진상됐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을 제8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대구잡이는 지역민과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부활했다. 견내량 돌미역 채취 역시 어민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거제를 대표하는 두 가지 특산물이 근 시일 내 자취를 감출 위험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진해만 일대가 대구의 산란장으로 기능을 다할 지는 미지수다. 서부경남KTX 건설로 견내량에 또 다른 다리가 놓인다면 견내량 돌미역 생산량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거제지역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신공항 건설과 서부경남KTX 건설. 대규모 국책사업에 밀려 지역의 소중한 자원인 대구와 견내량 돌미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배창일 지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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