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욕망과 탐욕
공직자의 욕망과 탐욕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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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왕년의 스타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가 주연으로 나오는 고전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빚어낸 비극을 애기하고 있다. 블랑쉬(비비안 리 분)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미국 남부의 항구도시 뉴 올리언즈로 간다. 그러나 이곳은 나긋한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만은 아니었다. 망나니 같은 여동생의 남편 스탠리(말론 브란도 분)가 있었던 것이다. 그 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탐욕과 광기, 그것으로 얼룩진 파멸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주제는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공간에서 늘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연일 보도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 사례만 해도 그렇다.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코로나로 지쳐있고 부동산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신경이 날카로워 있는데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다. 정확한 실상이야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공직자의 탐욕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그들이 갖고 있는 공적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이는 공직자의 탐욕문제를 넘어 범죄에 해당된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 응당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재발 방지책도 반듯이 마련돼야 한다.

필자가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정년을 몇 개월 남겨놓고 큰 징계를 받아 소청심사를 신청한 공직자들을 심판할 때이다. 평생 공직에서 잘 근무해놓고선 마지막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불명예 퇴직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평정심을 잃고 무엇이 정상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욕망과 탐욕 사이에서 그 선을 넘어선 것이다.

욕망(慾望)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마음이고, 탐욕(貪慾)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온다. 굳이 사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뜻이 조금 다르다는 것은 모두 다 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서 나타나는 현상 하나하나를 ‘이것은 욕망이고 저것은 탐욕이다’라고 구분 짖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이나 주식,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영끌문제’만 해도 그렇다. 누가 우리의 청년들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았는지 기성세대가 대오각성할 일이다. 투기와 투자도 욕망과 탐욕만큼이나 구분하기 어렵다. ‘내가 하는 것은 욕망이고 투자이나, 남이 하는 것은 탐욕이고 투기’로 여기기 십상이다.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정상성과 평정심이 욕망과 탐욕을 가르는 기준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살려고 하는 것, 행복해지고 싶은 것, 승진하고 싶은 것들은 인간의 본능이다. 마음이 결코 기울거나 평정심이 흐트러져 정상범주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욕망은 삶의 에너지가 되고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욕망은 현실적인 것을 생산하는 혁명적인 힘이다”라고 역설한다. 문제는 지나침이다. 우리의 마음이 평정심을 잃거나 사회통념의 정상범주를 벗어날 때 비로소 탐욕이라는 전차가 우리를 기다리게 된다. 때로는 탐욕이 광기로 이어지고 공포로 연결되면서 균열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비록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고 사회와 역사까지도 균열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늘 욕망과 탐욕 간에 고뇌하고 갈등하는 존재다. 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욕망과 탐욕사이, 지금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있는 것일까.

오동호/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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