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쌀 한 석의 의미를 되새기며
[농업이야기] 쌀 한 석의 의미를 되새기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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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 농학박사.
김영광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 농학박사.

 


아침밥은 먹고 다니냐? 객지로 나간 자식 걱정에 부모님이 늘 상하시던 말씀이다. 그런데 나도 언제부터인가 밥이 빠진 아침 식사를 일상으로 하면서 답변이 궁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요즘 많은 가정에서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쌀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양곡소비량을 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7㎏으로 전년 대비 1.5㎏(2.5%) 감소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던 말도 이젠 옛말이다.


혹시 인터넷에 떠돌던 조선 시대 양반의 식사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갓 쓴 양반 앞에 놓인 커다란 밥그릇에 고봉밥이 담긴 모습을 보면서 보통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옛 분들은 도대체 연간 얼마나 많은 쌀을 먹었던 거야? 이런 물음에 답을 얻으려면 석(石)이라는 단위를 알면 도움이 된다. 사전적 의미로 석은 한자이고 순수 우리말로는 섬이라는 말로, 곡식의 무게가 아닌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의 하나다. 한 말의 열 곱절인 180ℓ 크기의 용기에 담긴 정곡(도정한 상태)의 무게를 나타낸다. 곡물에 따라서 무게가 달라지는데 쌀의 경우는 144㎏이다.

과거 한 석은 대체로 성인 한 명이 연간 소비하는 식량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 당시만 해도 인구수에다 석만 붙이면 그게 쌀의 수요량이어서 쌀의 생산량을 석으로 표시하면 수급 상황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80년대까지도 연말에 발표하는 쌀의 생산량을 석으로 발표하는 뉴스를 듣곤 했었다. 그런데 이런 석의 의미는 소비량이 반 토막 이상이 나버린 현재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현대에 와서 1인당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70년으로 136㎏이었고, 이후 감소를 지속해오다 1998년 100㎏의 벽이 무너진 이후 현재까지 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본 일본과 대만의 소비량이 54.5㎏과 44.4㎏임을 고려한다면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기상이변과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곡물 생산국의 수출 제한 조치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들린다. 식량안보가 매우 걱정되는 현실이다. 쌀 소비 감소는 논을 포함한 경지면적의 감소로 이어져 식량자급률을 떨어트린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밀이 주식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히려 쌀이 건강식으로 알려져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밥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의 유지는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이 밥은 먹는 식문화를 배우는 곳은 학교를 포함한 공공 급식의 역할이 가정보다 더 크다. 밥 중심의 식단이 맛있고 건강에도 최고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의 뒷받침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는 다양한 간편식의 개발로 많은 가정에 다시 아침밥이 찾아왔으면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쌀 소비가 늘어나 석의 단위가 부활하는 그날을 다시 보고 싶다.

/김영광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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