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부자(富者)란?
참부자(富者)란?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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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봄에 역병(전염병)이 돌게된다. 겨울에는 꽁꽁 추워야 모든 잡균들이 얼어죽고 박멸되어 봄에 파릇피릇한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겨우내 땅속에서 죽은 것처럼 움츠리고 있던 것들이 어김없이 기지개를 켜고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새 생명이 움트는 새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겨울의 혹한을 잘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도, 독재권력에 항거할 때도, 전쟁의 죽음 속에 평화를 부르짖을 때도, 가난에 허덕이고 삶이 고통스러울 때도 우리는 봄의 노래를 불렀다. 또한 고난 끝에 찾아온 좋은 시절을 비유할 때 쓰기도 한다. 서울의 봄, 프라하의 봄, 아랍의 봄 등 민주화 운동을 봄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도 진정 봄을 알리는 신호는 꽃이다. 여러 꽃 중 봄의 전령사는 단연 매화다. 하나의 나무를 두고 부르는 이름이 꽃과 열매로 나눠지는 매화는 꽃이고 매실은 열매다. 매화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화형(花兄), 화괴(花魁), 백화괴(百花魁) 등의 별명이 있다. 화형은 먼저 피는 것이 형이 된다는 것이고 괴(魁)는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매화는 피어날 뿐 결코 지는 법이 없다. 스스로 꽃잎 하나 하나를 떼어내 바람에 실어 풍장(風葬)한다. 흩어져 사라질 뿐 먼지를 덮고 땅에 눕지 않는다. 무엇보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워 봄을 먼저 알려주기에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로운 선비정신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조선 중기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은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읊었다. 퇴계는 매한불매향(梅寒不賣香)을 좌우명으로 삼았을 정도로 매화는 절개와 지조, 선비의 올곧은 기개를 상징 한다. 이처럼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 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온누리에 매화꽃이 봄을 알렸지만 우리의 봄은 아직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가둬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경제도 바닥을 치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서민들의 삶은 매우 고통 스럽다. 국가 부채 1000조도 시간 문제고 국가 신용등급도 추락하고 있다. 대기업 64%가 채용 계획도 못 세우는 기막힌 현실에 청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로 신입생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총장이 사퇴하는 첫 사례도 발생했다. 앞으로 대학도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것이라 말한다. 각박한 이때에 마침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업 대표들이 속속 성명을 발표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기부(寄附) 하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김봉진, 김범수, 김택진, 김정주, 방준혁, 장병규 등 신흥 IT기업 수장들이 통큰 기부를 통해 ESG(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 즉 착한기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은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시작한 기부 운동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이 중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위도일손(爲道日損)을 말한다. 날마다 버리는 것(日損)이 진정 도를 행하는 방법이라 했다. 부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지만 참부자는 정직 부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사람이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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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원 2021-03-16 15:23:28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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