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특례시’ 결자해지 해야
문재인정부 ‘특례시’ 결자해지 해야
  • 이은수
  • 승인 2021.03.16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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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인도의 어떤 임금이 좌우에 있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누가 가서 코끼리 한 마리를 이끌고 오시오.” 대신 한 사람이 나가자 이번에는 소경 몇 사람을 데려오게 했다. “소경들로 하여금 코끼리를 만져 보도록 하시오.” 임금의 명이 떨어지자 이내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명을 받은 소경들이 안으로 들어와 코끼리의 이곳저곳 부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국왕은 소경들을 가까이 불러 물었다. “너희들이 방금 만져 본 코끼리는 무엇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느냐?” 소경들은 각자의 생각들을 말했다. 코끼리의 귀를 만져 본 다른 소경은 키와 같다고 했으며, 코끼리의 등을 만져 다른 소경은 절구질하는 절구통과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왕설래하면서 각자 자기의 견해가 옳다고 고집을 피웠다. 소경들이 만져보고 안 것은 코끼의 몸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의 ‘특례시’ 논의에 ‘맹인모상(盲人摸象)’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일부분을 알면서 마치 전체를 아는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종종 범한다. 특례시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은 가지 않은 길이며, 광역시와 달리 미완의 특례시에 대한 실체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정가에는 특례시 가짜뉴스를 막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례시는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길목에 있는 대도시에 대해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는 행·재정적 자치권한을 부여하고, 특례시 법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주목된다. 특례시 출범이 기존 타 시군과의 괴리나 분리가 아닌 경남 전체의 상생발전과 대한민국이 골고루 잘사는 국토균형발전의 첫걸음으로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지방분권 모델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창원시는 특례 관련, 201건에 899개 사무를 발굴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4개 대도시(창원, 수원, 용인, 고양) 공통된 특례발굴과 함께 신항의 창원시 참여 등 창원형 특례 발굴, 수도권 대도시에 못 미치는 주거급지 상향 등은 당면 과제다. 타지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도세의 시세 전환은 광역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교부세 배분 등은 민감한 사안으로 미뤄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이 많은 것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개별법령을 적용하고 손질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아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특례시만 만들어 놓고 정부에서 전담창구 하나 만들지 않고 뒷짐만 진다면 허울좋은 특례시로 전락은 불 보듯 뻔하다.

특례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창원유세에서 “광역시는 어렵지만, 100만이 넘는 도시는 특례시로 지정해 더 많은 자율권과 자치권을 갖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13일 출범하는 특례시는 10개월을 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고 했다. 시작과 끝이 일관되기는 참으로 어려우나 이 난관을 넘어서야 일은 성사된다.

지금은 ‘중앙정부 차원의 특례시 추진 전담기구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市)가 부처별로 대응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부처가 가진 여러 가지 사무와 권한을 이양하려면 부처 간 이견 조정이 필수적이다. 부처 간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기구와 청와대 내 담당 비서관 신설’이 시급하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을 담지 않았다. 법률 시행 전까지 시행령을 만들거나 관련법을 개정해 구체적인 특례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라도 특례시의 발전이 국가균형 발전과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되도록 특례시 출범과 관련된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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