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수업
등교 수업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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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진주문협이사·경해여중 교사)
 

다시 비상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전교생 중 한 학년 등교로 제한되었다. 학부모도 학교도 혼란스럽다. 학사 일정 회복은 요원한 데 낯선 카테고리화로 일상이 흔들린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채 3월이 간다,

중등 교육의 본질은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탐색하는 데 있다. 감수성과 기억력이 왕성한 이 시기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몸도 마음도 쑥 자란다. 이 때의 특별한 경험은 평생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고 어떤 아이에게는 생의 좌표가 될 만큼 지배적이다.국어 시간 나는 여전히 자연과 독서의 힘을 강조한다. 동서양 고전으로 당대 사회를 알게 하고, 시적 상상력을 키우게 하며, 현실을 재창조할 수 있는 소설의 효용성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문학에 기댄다. 풋풋한 감수성을 보호하고 심대하고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데 주력한다. 존재가 가야 할 궁극의 유토피아를 꿈꾸게 한다. 협소한 세계를 사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어떤 곳보다 영향력이 큰 장소다. 계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나무와 꽃과 비와 바람이 자아내는 현상을 쉬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등교하는 순간부터 생동하고 약진한다. 수업 시간 선생님을 통해서, 쉬는 시간 친구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알게 모르게 성장한다. 삶의 맥락을 보는 안목이 발아되는 시공간이다. 삶의 맥락을 보는 눈은 순간순간 형성된다. 운동장에서, 주제가 있는 수업에서, 자유학년제 활동을 통해서 실시간 체득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고 일어난 사건과 일어날 사건과의 함수관계를 따질 때 습득된다. 남과 나의 차이를 비교하고 경쟁하고 부딪히면서 섭렵한다.

맥락 파악은 통찰이다. 유동적인 삶을 통찰하지 못하면 인생을 하나의 목적으로만 설정하는 인간이 된다. 굳어버린 한 개의 벽돌로 산다. 스스로의 삶을 자각하고 깨닫고 느낄 때 비로소 유연한 존재가 된다. 맥락을 보는 눈은 이런 것들을 일깨운다. 시시각각 출렁이는 감정을 눈치 채고 발산하고 제어하게 한다. 참되게 빛나고 신선하게 약동하는 호연지기로 구현된다. 낯선 것이 새로운 기본이 되는 초예측의 시대다. 미래도 변하고 학교도 변한다.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유유히 적응하는 인간형이 요구되는 미래사회다. 강한 정신적 탄성과 풍부한 감성의 발현과 지적 균형감각을 익히는 교육, 세상을 알아채게 하는 교육, 인간적인 인간으로 성장시킬 프로그램이 관건이다. 원격수업은 이런 것들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등교 수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고, 코로나19 사슬망을 타진할 때 가능하다.


이정옥/진주문협이사·경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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