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농업
[농업이야기]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농업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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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식량안보와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염병의 대유행과 장기화는 농산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식품 가격 상승과 사재기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기후 이변에 따른 생산 감소로 수급불균형과 결부될 때에는 식량안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식량안보란 식량위기 상황(통상적인 방법으로 자국민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을 통칭)에 대응하기 위하여 식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또는 국외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국민의 질적, 양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식량안보 확보의 실패로 국가의 운명이 바뀐 오래된 사례가 있다. 약 2500년 전인 기원전 431년부터 27년간 고대 그리스에서 발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 사이의 전쟁으로, 식량 공급을 차단당한 아테네가 결국 패배했다.

당시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탄생지이자 서양 문학의 요람이었지만, 생산성 높은 농지가 부족하여 자체적으로 충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인구증가에 따라 국내에서는 더 이상 국민을 부양할 수 없게 된 그리스는 지중해 주변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먼저 스파르타와 그 동맹은 서쪽의 비옥한 시칠리아를 식민지로 만들어 곡식을 실어 왔다. 한편 아테네와 델로스 동맹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일대인 비옥한 드네프르강과 부크강 유역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해외 곡창지대에서 수입한 식량에 의존해 살아가던 그리스는 인구가 늘어나자 동맹 간 갈등이 커졌고, 기원전 431년 전쟁으로 폭발했다.

기원전 405년, 스파르타는 최대 규모의 아테네 식량 수송선들이 흑해에서 식량을 싣고 출발하는 시기를 기다려 아테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에게해 건너 다르다넬스 해협(터키 서부, 마르마라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폭이 좁은 해협)에서 아테네 해군을 급습하여 완전히 격파했다. 흑해에서 빠져나오는 식량 보급로를 점령당한 아테네는 굴욕적인 조건으로 평화를 구걸할 수밖에 없었고, 남은 함대와 해외 영토를 모두 잃었다.

요컨대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식량안보와 농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 선진국조차 식료품 사재기 같은 혼란이 생겼으나 우리는 자급이 가능한 쌀이 있어 불안감이 적었고, 쌀이 백신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내 우량농지 보존과 국외 식량기지 확보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안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일상 속에서 우리의 관심과 선택도 식량자급률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지면적이 좁은 탓에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안전성이 우수한 우리 밀, 콩 제품을 소비한다면, 국내생산 증가로 이어져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소비생활에서도 식량안보와 농업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지속하길 바란다.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장 경제학박사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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