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폭력, 회복적생활교육으로 넘어서자
[기고]학교폭력, 회복적생활교육으로 넘어서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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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철 (진주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장학사)
 

2011년 교내물량조직(일명 일진회)의 폭력 문제가 언론에 터져 나왔고, 대구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우들로부터 상습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2012년에 “학교폭력은 학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라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에 따라 각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교내 폭력조직이 줄어들고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처벌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던 2012년부터 학교 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용어가 있다. 바로 회복적생활교육이다. 회복적생활교육은 학생생활지도의 대안을 고민하던 교사들이 ‘회복적 정의’의 철학과 방법을 학생생활지도에 적용하고자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시작되었다. ‘생활지도’라는 용어를 ‘생활교육’으로 대체하며 ‘회복적생활교육’이란 새로운 개념을 알리게 되었고, 회복적생활교육 연구회 등이 만들어지며 다양한 실험과 실천들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에서도 ‘경남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가 결성되어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한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그 죗값을 치르게 하는 응보적 정의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회복적 정의의 초점은 피해자와 피해 상황의 회복이다.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가해자가 정신적, 물질적, 관계적 행동을 하게 하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간다.

회복적생활교육은 학교에서 생기는 학생들 간의 갈등을 당사자들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 가해자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게 해서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평화로운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체육계와 연예계에 학교폭력 미투 건을 보면서 학교폭력 피해의 기억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오래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피해자의 회복에 중심을 둔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필요성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회복적생활교육의 철학과 방법을 학교 현장 전반에 도입하여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를 공동체성이 살아 있고 처벌을 넘어서 피해의 회복을 위해 함께 나서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보자. 이를 위해 교육 주체들의 회복적생활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천병철 진주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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