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학폭
[천왕봉]학폭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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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PVC파이프로 허벅지 뒤쪽을 힘대로 수차례 가격당하면 멍에 피가 흐른다. ‘간장물’로 불렸다. 화장실 볼 일도 보기 힘든다. 앉을 수 없으니 말이다. 각목 등 나무방망이로 엉덩이를 맞는, ‘빳다’질이면 다행이다. 비교적 고통이 덜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에 한두번은 그랬다. 고등학교 초기 1년 반 동안 학교 운동부에서 스스로 겪은 체험이며 본 기억이다.

▶얼마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초등학교 동성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더니 그 여진이 이어진다, 더하여 농구스타 출신의 연예인의 중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또 제기 되었다. 리얼한 피해사례가 여과없이 노출되더니, 가해자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솔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악마의 화신처럼 인식되던 가해자가 방송에 나와 흥미를 선사하는 가식적 모습에 ‘꼴’ 사나왔을 것이다.

▶어떤 행태든 유무형의 폭력이 무슨 명분으로 정당화되거나 두둔될 수 없다. 다만 오랜 세월전의 문화와 지금의 인권수준을 단순 대비해서는 곤란한 일이 생긴다. 주변에 시대적 상황이 인간의 본성을 이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방송은 거의 전부라 할 만큼 각본에 따라 연기자가 아닌 제작자의 의도로 꾸며지고 연출되는 것이다. 우연을 가장한 상황설정으로 만들어 진다. 그들은 ‘속임’의 미학으로까지 표현한다. 피해자는 잘 나가는 연기자로 변신한 선배에 ‘샘통’을 가질 만 한다. 심리학에서는 시기심,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로 설명한다. 지금, 그때 매질을 가했던 선배들이 밉지 않다. 보고 싶기까지하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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