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0] ‘점자 點字’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0] ‘점자 點字’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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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점자
손을 더듬을 수 없어 눈을 더듬어 읽는다

촉. 촉. 한. 행. 간. 사. 이. 둥근 씨앗을 품은,

눈을 감으면 읽을 수 없는, 봄이 온다는 點字

-채종국 시인



그렇다. 만질 수 없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더듬어야만 한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조심조심 더듬는 것이야말로 정확함을 아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 된다. 봄이 오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햇볕에 반짝 보이는 봄인가 싶으면 이내 꽃샘추위가 봄을 숨기고 만다. 사람의 방식으로는. 기다리는 일 말고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니 봄이 어디쯤 얼마나 왔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촉. 촉. 한. 행. 간. 사. 이.’를 더듬더듬 육화해야 한다. 둥근 물방울이 품은 봄, ‘둥근 씨앗을 품은’ 봄, 둥근 점자가 말하는 봄의 소식을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봄의 점자는 감지 않은 눈으로 더듬어 읽어야 하는 법이다. 당신에게 봄은 그렇게 왔다. (시인·두원공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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