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마음의 근력 운동, 명상
[경일춘추]마음의 근력 운동, 명상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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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홍 해마음정신의학과 원장
 

 

2017년 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대한명상의학회가 발족되었고 2018년에는 카이스트에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설되었다. 외국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명상을 과학적으로, 임상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명상이라는 것은 아직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명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스님들이나 도를 닦는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서양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긴 수천 년 명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대중적인 확산이 늦어진 게 아닐까. 물론 명상은 불교라는 종교에서 탄생했고 초월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달리기를 하는 목적이 꼭 마라톤 금메달일 필요는 없다. 달리기를 할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명상을 하면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고 이 사실은 수많은 과학적 연구로 증명되었다.

명상에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종교적 색채가 없으면서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방법 중 하나는 존 카밧진이 만든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카밧진은 마음챙김을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의 경험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낮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에 짜증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은 현재에 있지 못하고 분주하게 과거와 미래를 돌아다니고, 무엇이든 순식간에 좋고 싫은 것을 분별해서 판단하려는 습성이 있다. 마음챙김은 이러한 마음의 ‘자동 반응’을 알아차리고 거기서 잠시 벗어나 현재의 경험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설거지를 할 때 생각을 내려놓고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매끄러운 그릇의 촉감 등을 놓치지 않고 경험해보려 한다면 그것이 곧 명상이다.

수많은 자극과 정보의 바다 속에서 현대인들의 마음은 쉴 틈 없이 분주하다. 너무 바쁜 마음은 쉽게 지치고 행복을 놓쳐버린다. 바람이 거셀수록 현수막을 단단히 고정해야 찢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항상 고요하고 든든한 중심점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명상은 언제든 마음의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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