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수술로 될 일 팔다리 자르려 한다”
“LH사태, 수술로 될 일 팔다리 자르려 한다”
  • 강진성
  • 승인 2021.03.21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이달 중 LH개혁안 발표 예정
기능·인원 대폭 축소 가능성 대두
민심 잠재우기용 과잉 손질 지적도
“냉정한 사고로 고칠 것 구분해야”
이달 초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직자 재산등록, 미공개 정보 투기방지를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LH사태 수습 최종 계획으로 LH혁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놓고 나빠진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정부가 필요 이상의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화풀이용 개혁안 될라=“수술로 고치면 될 사안을 팔, 다리까지 자르려 한다.” 지역의 한 공직자가 정부 대책에 대해 쓴 소리를 냈다.

그는 “이번 사태 수습의 본질은 잘못된 사람에 대해 처벌하고 재발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보궐선거 때문에 민심을 돌리기 위해 과잉대응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LH가 비대해져서 투기사태가 나온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리는 조직의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부패방지 시스템 부재와 윤리의식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또 “LH의 권한은 LH 스스로 키운 것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 하에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투기문제로 국민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공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여론에 눈치를 봐서 필요이상으로 조직을 바꾸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은 무엇보다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며 “자칫 화풀이용 대책을 내놓을 경우, 국토개발과 주택공급에 있어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중 대책안 발표=정부는 LH사태 초기 ‘해체’라는 단어를 써가며 강력한 대책방안을 예고했다.

지난 11일 정세균 총리는 정부합동수사본부 1차 발표 브리핑에서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며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리직원의 처벌에 그치지 않고 조직 변화에 손을 대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정 총리 발언 이후 일부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사태의 해경 해체를 보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 개혁방향을 답한 정 총리에게 “박근혜 정부 당시 해경 해체 경험을 되돌아 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으로 LH개혁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해체까지는 아니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7일 관계 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혁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력한 대처를 줄곧 말해 온 만큼 조직 기능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인원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홍 부총리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 하겠다”고 밝혀 구조조정안의 수위가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쏟아진 대책, 대부분 나왔다=정부와 정치권은 LH사태 이후 대책을 대거 내놨다. 정부는 1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신규 부동산 취득 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정부는 LH땅투기 사태처럼 공공기관이 중대한 일탈행위를 할 경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해당기관 임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LH투기방지법)을 통과했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토지 투기를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타인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거나 누설한 경우에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된다.

올해 출범한 국수본은 LH사태에 명운을 걸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 해결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수사에 대한 신임을 얻겠다는 각오다. 남구준 본부장은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특검에 대해 “LH수사는 국수본이 적합하다”며 자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강력한 대책방안이 거의 나왔다는 반응이다. 차명거래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만 나오면 사실상 시스템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투기를 한 개인은 물론 한 기관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며 “강력한 시스템과 처벌이 나온 상황에서 직원들이 일탈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전체로 퍼지는 투기 의혹=LH직원으로 시작된 투기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2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은 경기도와 인천시, 지방공기업 등 직원 23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1차 조사에서 나온 LH직원 등 20명과 함께 지금까지 총 43명이 확인됐다.

전수조사 대상 인원만 놓고 보면 이번 조사(8653명)는 LH(9839명)보다 더 높은 비율로 나온 셈이다.

투기문제가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한 문제로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번 투기 사태는 사실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들리던 불편한 진실이다”며 “민감한 시기다 보니 여야 싸움과 정권 흔들기로 일이 커지고 있다. 오래된 부패를 이번 참에 어떻게 끊을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기 신도시 사업은 사실상 대규모 개발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일로 LH를 무턱대고 축소하기보다 도시재생·농촌재생 등 국토균형발전 중심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LH 투기사태 주요 일지]

3월 2일 민변·참여연대, LH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제기

3일 문재인 대통령, 전수조사 지시

4일 총리실 산하 정부합동조사단 출범

5일 합동조사단, LH본사에 현장 조사단 설치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편성

9일 경찰, LH본사 및 지역본부·직원 자택 압수수색

11일 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LH 20명

12일 변창흠 장관 사의표명

17일 경찰, LH본사 등 2차 압수수색

홍남기 부총리 주재 장관회의…“3월 말 LH혁신안 발표”

19일 당정 “공직자 재산등록·거래 사전신고 도입 추진”

국회 국토교통위, LH투기방지법 통과

합동조사단 2차 조사결과…경기 지자체·지방공사 23명



 
정부는 LH사태와 관련 이달 중으로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국면전환용으로 필요 이상의 변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LH진주본사, 경남일보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