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우연과 필연
[경일춘추]우연과 필연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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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시인·마루문학회장
 
 
신에게 필연은 인간에게 우연으로 다가온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떠나는 것도 자연의 이치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결정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우연히 태어나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우연히 태어난 자식을 만나고 우연히 병들어 세상을 떠나는 게 숙명이다.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 우연이라는 자원(字源)이지만 우연 같지 않은 운명 같은 만남을 꿈꾸며 젊음을 불태우지 않았던가. 또 나에게 만의 필연 같은 행운을 바랬던 숱한 날도 있지 않았던가.

우연은 배필 우(偶)를 쓴다. 사람 人변에 원숭이가 든 특이한 한자다. ‘우’자는 그 자체로 원숭이다. 그러고 보니 우에 마음 心이 더하면 ‘원숭이의 생각’이니 어리석을 우(愚)다. 부칠 우(寓)는 몸만 의지한다하여 우거(寓居)라 하고, 빗댄 이야기라 하여 우화(寓話)라 할 때 원숭이가 들어간다, 생각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우연히 만나면 조우(遭遇)라 하는데 여기에도 원숭이다.

성경에는 사람을 흙으로 빚었다 했다. 인간 탄생의 바탕에는 토우(土偶)의 신앙이 깔려있다. 허수아비로서의 짝,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에서, 생존을 위해 배구공을 의인화하여 ‘윌슨’이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배우(配偶)로서의 우상(偶像)이다. 여기서는 나와 닮은 짝으로서의 우(偶)다.

긍정을 나타내는 대표적 한자가 연(然)이다. 그 뜻은 ‘그러하다’이다. 뭐가 그러한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구름이 모이면 비가 되듯 당연한 이치를 연(然)이라 한다. 연은 고기 육(肉)이 변한 육달 月과 개 犬이 들어있고 밑에 불 火가 그려져 개고기를 불로 그슬리는 모양이다. 시대를 거스르지만 개고기 요리의 정수는 불에 그슬려 먹는 것이 정수라는 말이다. 오늘 날에는 개고기 요리의 이야기는 빠지고 ‘그러하다’라는 뜻만 남아 앞에 오는 한자 뜻이 그러하다고 확정짓는 강조 의미만 남아 있다. 연으로 맺는말을 몇 가지만 든다면 우연(偶然)과 필연(必然)이며 세상을 무의미하게 사는 막연(漠然)도 있고 굵고 확실히 사는 확연(廓然)같은 선이 굵은 삶도 있다.

우리말의 재미있는 표현 가운데 ‘우연찮게’라는 말이 있다. 우연치 않으니 필연이라는 말인데 딱히 계획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다. 뜻하지 않은 뜻밖의 경우가 우연이다. 마치 모퉁이 우(隅 )를 만날 때처럼 미지의 불가지의 인간의 한계 속에 초긍정 필연을 찾아내는 숱한 과정을 우연이라 한다면 우연과 필연은 동전의 앞과 뒤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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