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 무형유산 기록과 전승 절실하다
[경일포럼]진주 무형유산 기록과 전승 절실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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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진주는 무형유산도시(無形遺産都市)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지난 2014년 무형유산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진주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형유산도시로 선정한 것이다. 무형유산도시란 도시를 중심으로 무형유산의 전승과 보호 관련 활동을 펼치면서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정체성을 확립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진주가 첫 번째 무형유산도시로 선정된 것은 풍부한 지역 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음과 동시에 무형문화유산의 발굴·보존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무형유산도시 진주’로서의 진면목을 대내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 사업을 통해 진주난봉가, 의암별제, 진주비빔밥 등 8개 범주 24개 종목을 최종 선정하고 기록화사업을 추진했다. 진주의 무형유산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진주가 가진 무형유산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를 계기로 진주 무형유산이 제대로 조명되고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 진주가 가진 무형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가치를 공유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야만 진정한 무형유산도시 진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진주를 대표하는 무형유산이 역사성에 비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이른바 무형유산의 보존을 위한 자발적 노력의 부재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진주비빔밥, 의기 논개, 진주소싸움 등이다.

진주비빔밥은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비빔밥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전주비빔밥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무형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진주비빔밥은 겨우 명맥만 잇고 있다. 딱히 부인하기 어렵다.

진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의기 논개 역시 마찬가지이다. 논개 선양사업 측면에서 보면 타 도시에 크게 뒤쳐진다. 어느새 진주의 의기논개가 아니라 장수의 논개부인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의기 논개 선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청도군과 치열한 원조논쟁을 벌였던 진주소싸움도 제자리걸음이다. 진주소싸움이 대한민국 소싸움의 원조임을 강력하게 주장할 뿐, 기록화사업 등과 같은 보존·계승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진주 무형유산이 가진 가치에 비해 우리의 노력은 이처럼 볼품없다. 그것이 무형유산도시 진주의 현주소이다.

진주 무형유산에 대한 기록화사업이 필요하다. 천년 역사의 숨결을 지닌 진주의 무형유산을 조사하고 연구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제외한 비지정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기록화사업은 진주 무형문화유산의 우수성과 가치를 재확인하는 절차이자, 보호와 전승의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기록화사업은 무형문화유산 보유자와 집단, 공동체, 전문가, 대학의 연구기관, 시민단체, 진주시의 관계부서와의 협업이 바람직하다. 협업의 방식도 수동적이고 제한적이 아닌, 능동적인 정보제공자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형문화유산의 훼손과 멸실은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변화 과정도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그 결과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유실을 인식하지 못해 전승이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

진주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전승과 창조성을 가미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박제화 되거나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창의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형유산도시 진주의 명성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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