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소는 누가 키우나
LH 해체? 소는 누가 키우나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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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툭하면 입에 담기도 힘든 험악한 말로 상대를 굴복시키는데 혈안이다. 시정잡배처럼 멱살을 잡는 일도 있다. 자신과 소속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앞뒤 불문하고 갖은 억지와 침소봉대를 일삼는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앞에 두고는 이성(理性)은 뒷전이요, 말만 오로지 ‘국민’이다. 나는 괜찮고 상대는 안되는, ‘내로남불’이 일상이다. 극히 일부지만 국회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없애자는 무용론도 나온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발명한 가장 빼어난 시스템이라는 인식에 이의가 없다. 삼권분립이 기반이다. 주민의 손으로 만드는 입법부, 그보다 나은 국회구성 방식은 없다. 국회를 없애면 무슨 수단으로 입법, 법을 만드나.

신도시개발 광풍으로 온나라를 들끓게 한 한국토지주택공사, LH사태가 점입가경이다.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땅거래로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불법을 파헤칠 사정기관과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 중심의 합동조사단 활동을 두고도 미묘한 갈등양상을 보였다. 국정조사가 예정되고 특검까지 가자는 합의도 있었다.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게 재산을 몰수하거나 불이익을 준다는 처벌에 더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형벌을 부과한다는 관련 법률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이전의 단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각각 분리한다는 방안도 나왔고 아예 해체 수준 방도까지 제기됐다.

정부의 감독을 받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관련 내부 기밀로 투기가 있었다면,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문책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옹호되거나 보호될 일은 더욱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연일 도매금같은 비난포화를 쏟아낸다. 그 ‘쓰나미’에 비유할 공세일색에 본질을 살펴보자는 견해조차도 용인되기 힘든 형국이다. 그럼에도 곰곰히, 차분히 ‘팩트’는 따져져야 한다. 오류없는 방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지역, 광명·시흥의 신도시 지정은 지난달, 올 2월의 일이다. 이 지역은 원래 신도시를 상징하는 정부의 ‘보금자리지구’로 10여년 전인 2010년에 지정되었다가, 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었다가 2015년에 그 ‘지구’가 해제된 지역이다. 따라서 지난달에 정부가 급거 3기 신도시로 지정한다는 공표이전은 이른바 ‘신도시’가 아닌 지역인 것이다. LH직원 몇 명이 그 지역에 땅을 처음 매입한 시기는 2018년의 일로 신도시발표 전의 일이다. 비밀이나 정보도 아닌,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적어도 공직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편취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일부라지만 투기 발각이 사소한 일은 결코 아니다. 일벌백계의 교훈도 있다. 하지만 규범, 윤리적 일탈을 두고 특검이나 국정조사까지 들먹여지는 데 의구심이 인다. 내부개혁 등 수술로 대처할 일을 손발을 자르거나 뇌사시켜 해결할 일은 아니다.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 국토의 균형발전 등 LH의 순기능을 죽여서는 곤란하다. 적으면 10~20%대 재정자립도로 고사 위기에 있는 지방정부, 그 산하기관인 지방공사가 대체할 프로젝트가 못된다. 국민의 정서적 감정에 의존해 해체와 같은 편의적 발상의 폐해는 또 국민의 몫이 된다. 세월호 대처 미완의 이유로 해체됐다가 슬그머니 부활된 해양경찰청의 사례가 명징한 방증이다.

잘못이 드러나면 합리화할 구실과 정당화시킬 소재를 찾는다. 희생양을 살핀다. 집단적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금폭탄이 투하된다. 부동산관련 민심이 흉흉하다. 면피가 필요하다. 상대는 수월하게 공격요소를 얻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목전이다. 선정적이고 즉흥적 처방이 정치질시의 또 다른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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