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주는 위안
글쓰기가 주는 위안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5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남 (성심정공 대표)

코로나가 우리 주위 깊숙이까지 들어와 바짝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속에서도 산수유 매화를 필두로 목련, 벚꽃까지 꽃망울을 터트렸다. 옛날 같으면 꽃놀이로 분주한 주말을 보낼 시간이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외출과 긴 시간 집에만 있으므로 다소 피로감을 느낀다. 이런 날이면 나는 자판 앞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본다.

내가 글쓰기를 가끔 하는 것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 때 받은 성적의 영향이 크다. 입학하고 첫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생활 글 한 편 쓰기’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시골 가는 길에 주차장에서 본 풍경을 담담하게 적어서 냈는데 A+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숙제를 해온 학생이 몇 안 돼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글을 계속 쓰지는 않았다. 가끔 일기 쓰고 직장 생활할 때 원보에 글 한두 편 올리는 정도였다. 그러다 진주로 시집와 살면서 2년 전 개천예술제 백일장에 구경 겸 동생이랑 같이 참석했다. 그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와서 인근 초등학교 강당에서 행사가 열렸다.

학교끼리 대여섯 명씩 모여 앉은 중·고교생과 여러 일반인 사이에 나도 끼어 있었다. 이런저런 안내를 받은 뒤 ‘연륜’이라는 글제가 발표되었다. 딱딱한 강당 바닥에 엎드려 두어 시간 동안 글을 쓰는 시간은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쓰지 않던 글이라 미숙한 나의 글을 제출하기 부끄러워 조용히 글 쓴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고는 강당을 나왔다. ‘아! 글은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구나, 좀 더 준비해서 참석해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하기에 일기를 다시 쓰고자 했지만, 그것도 실천하기 어려웠다.

 

오디오칼럼▶경일춘추
오디오칼럼▶경일춘추

 



바쁜 생활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나는 왜 자꾸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일까? 우선 글을 쓰면 정리가 되는 느낌이 좋다.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글로 정리를 해 두면 방을 청소한 것 같이 머릿 속도 정돈된 느낌이다.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참 재미있는 시간이다. 내가 쓴 글을 읽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인사 차 한 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

글을 쓰려면 생각하고 또 의문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면서 나 자신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위안을 주는 글쓰기를 나는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성남/성심정공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