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비오는데 우산까지 빼앗는가
[경일시론] 비오는데 우산까지 빼앗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1.03.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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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췄고 물류체계가 혼란을 가져오면서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기업부실이 금융부문으로 퍼져 문제가 생겼다. 은행이 도산하고 소비심리와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돈 풀기’라는 명확한 해결책이 있었다. 2007년 미국 기준금리는 5%를 웃돌았는데 2년 사이에 두 번에 걸쳐 0~0.25%까지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미국은 양적완화를 실시해 경제를 회복시켰다.

보통 경제위기엔 수요만 위축되는데 이번엔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까지 줄었다. 미국은 1.50~1.75%이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내리면서 ‘제로금리’라는 처방을 내렸지만 인하폭은 1.50%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제로금리라고 해도 5%를 제로까지 낮추는 것과 2%도 안되는 것을 낮추는 것은 효과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금리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 한계

지금은 전염병으로 촉발된 경제위기를 금리조정으로 시중자금 흐름을 관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장단기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오른다. 가계와 기업이 싼값에 돈을 빌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구조다. 경제위기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기대가 무의미해졌다. 10년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시중에는 막대한 부동자금이 풀렸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경제를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우선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현금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가치가 위험자산과 함께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위기 상황에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가치가 하락한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은 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금값이 주가와 함께 불안정한 길로 가고 있다.

기업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정부가 금리인하로 노리는 효과는 유동성 확대다. 금리부담을 덜어주면서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와 소비를 늘리게 유도한다. 하지만 이 효과도 제한적이다. 지금은 금리를 내려주면 기업이 대출을 늘려 투자하던 시대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돈을 빌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전략을 폈다.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싸다고 돈을 빌려 설비에 투자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어도 부채가 늘어나면 기업이 매달 부담해야하는 이자총액은 늘어난다. 경기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기업이 질 수밖에 없는데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침체의 늪에서 대출까지 규제

경기가 위축되면 재무구조가 튼실하지 못하여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즉시 타격을 받는다. 은행이 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등 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많아서다. 금리인하보다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 수 있도록 정부가 손실보전 정책을 펴는 등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한 전망이 지속되고, 국내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투자회복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어느 누구도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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