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나무 심는 마음
[경일포럼]나무 심는 마음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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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 교수·시인)

 

요즘 나무가 수난이다. LH 사건 때문이다. 땅을 투기하면서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심어댔기 때문이다. 막대기 같은 나무를 촘촘히 심어놓았으니, 훗날 그 지역의 땅값이 오르지 않으면 그 나무들은 홀쭉이처럼 키만 멋없이 커서 볼품없게 될 거며, 나무로의 가치는 형편없게 될 것이다. 나무가 무슨 죄인가. 땅값을 올리기 위해 심은 나무겠으나, 땅값이 올라도 나무로 인해 돈 벌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나무를 감정해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헛소문에 그저 빽빽이 나무만 심은 경우라고나 할까.

엘지에 부피에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이 있다. 1913년 작자는 알프스산맥 속을 걷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삭막한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진 곳. 마을은 있었지만, 인적을 찾기 어려웠던 곳에서 늙은 양치기를 만났고, 그 양치기와 저녁을 먹었다. 고독한 양치기는 식사 후 테이블에 앉아 도토리를 쏟아놓고 좋은 종자를 골랐다. 다음 날 그는 좋은 도토리를 자루째 물에 푹 담갔다가 꺼내 들고 나갔다. 그리고는 지팡이로 땅에 구멍을 뚫고 도토리를 심기 시작했다. 그 늙은 양치기, 엘지에 부피에는 홀로 황무지와 싸우고 있었다. 부피에는 진심으로 그 일에 매진했고, 먼 훗날 그 지역은 숲으로 우거진 옥토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나무를 심기 위한 노력이 확대되었다. 왕가리 마타이의 아프리카가 그랬고, 몽골이 그랬다. 그로 인해 몽골에 녹색의 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식목일도 제정되었다. 필자는 산림청에서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그린벨트 사업을 시작할 때 대상지를 정하기 위한 기초조사사업에 참여했었다. 황막하고 추운 몽골의 사막화된 지역을 다니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나무 심기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을 때 사람 키보다 더 자란 나무들을 보면서 감개무량했었다. 그 나무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숲 띠를 이뤄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가르쳐 준 일대 사업이 되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숲 사랑, 생명 사랑의 정신이 있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어, 아이가 자라면서 그 나무를 잘 가꾸어 생명을 같이 하다가 훗날 그 아이가 죽게 되면 그 옛날 심었던 소나무로 관을 짜 소나무와 함께 땅으로 돌아갔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훗날 시집을 가게 되면 그 오동나무로 장을 짜 평생을 방에 두고 사용하도록 했다. 이런 일들이 학교 숲에 나무 이름 달아주기로 진척되었고, 우리의 숲은 울울창창하게 변모했다.

제자가 부처에게 훗날 부처를 다시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여쭸더니 부처는 나무를 심으라고 했단다.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그 나무를 나를 보듯 하라고 말이다. 부처가 맨발로 걷던 이유도 나무의 뿌리는 대지와 맨살로 만난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생명의 보고인 대지와 맨발로 만난 것이다.

나무란 생명을 의미한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비뚤어지거나 잘못되지 않는다. 그만큼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 실천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 숲에 있는 나무들에게 내나무 이름표를 달아주고 그 나무를 내나무 같이 아끼고 사랑하게 되어 자라면서 나무 사랑을 실천하게 되겠기에 말이다.

땅 투기를 위한 그 사람들의 나무 심기는 나무사랑의 마음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심은 나무는 오로지 돈을 벌어주는 미끼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심은 그 나무들이 자라면 정말 울울창창 좋은 나무가 될까. 땅값이 오르지 않으면, 심은 나무들은 물도 먹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질 수도 있다. 문득, 식목일을 즈음하여 LH 땅 투기와 나무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가를 말이다.

박재현 (경상국립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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