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합천박물관
[경일칼럼]합천박물관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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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거나 본다는 것은 놀라움과 감동이다.

진주와 고령 도로를 달려 합천읍 진입로로 내려섰다. 건너편 황강에 연하여 가파른 절벽을 이루고, 대야성을 품은 고동이 엎드린 모양의 취적산! 신라충신죽죽비가 있고 처마 끝 낙수 물이 강물에 떨어지게 자리 잡은 함벽루, 대야성 전투의 원혼을 달래는 연호사가 있는 취적산 근방에 합천박물관이 있을 것으로 예단하고 로터리를 도는데 강 따라 내려가란다. 낙석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피암터널 앞에 박물관 17㎞라는 이정표가 있다.

초계에서 아막재를 넘고 폐교된 쌍책중을 지나 직진하다가 좌측 능선 따라 무덤들을 볼 수 있다. 그 아래 분수대 중간에 원형 테를 두른 칼자루를 꽂은 뒤쪽 건물이 합천박물관이다.

능선을 오르자 높고 낮은 무덤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M2 무덤에서 2000여개의 구슬과 구슬을 갈았던 갈돌이 나와 옥전고분이라 불린다.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햇볕이 따사로운 명당이로다! 여기 저기 소나무는 오손 도손 무덤 속 이야기를 중계하는 듯하다.

박물관 탐방이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궁금했던 가야(加耶)와 국(國)을 해소해주는 안내판이 있다. 가야의 영역 지도에 가락국(김해), 탁순국(창원), 안라국(함안), 다라국(쌍책), 자타국(진주), 가라국(고령), 고자국(고성), 대사(하동)이고, 다라국 형성은 AD 400년 광개토대왕의 남정으로 경주 김해 부산 지역은 격심한 정치·사회적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혼란기에 한 갈래가 황강을 거슬러 옥전지역에 들어와 정착한 것이다.

관장 조원영은 궁금한 용어에 대하여 시원스럽게 설명해 준다.

加耶라는 명칭은 삼국유사 ‘5가야 조’에 아라·고령·대·성산·소·금관·비화가야에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명 혹은 지역명으로 사용되어 온 가야는 흔히 사용되고 있는 고구려·백제·신라와 같은 당대의 국명은 아니며 중국 역사서에 일관되게 기록되어 있는 가라(加羅)라는 명칭이 가야 당대에 사용된 것으로서 보인다. 임나는 주로 일본서기에 나오고 있다. 초기에 김해, 말기에는 경상우도를 말하며 가야를 가리키는 지역명의 의미가 있다. 國은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을 말한다.

M3 고분을 재현하였다.

중앙에 관이 놓이고 앞에 칼자루를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3자루 칼과 또 한 자루가 칼자루를 맞대고 있다. 칼자루 끝에 둥근 고리를 달고 그 안에 용봉·봉황·용을 장식하였다. 봉황은 용과 학이 교미하여 낳은 상서로운 새로서 수컷은 봉이며 암컷은 황이다.

1971년 공주 송산리 무령왕릉에서 용봉문환두대도 한 자루가 허리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무령왕은 461년 개로왕이 아우 곤지를 왜에 사신으로 보낼 때 왕비를 동행시켰는데 가는 도중 각라도라는 섬에서 태어났고 백제로 돌아와 왕이 되었다. 개혁을 통한 왕권강화와 민심 안정을 이루고, 519년 양나라에 보낸 국서에 更爲强國(다시 강한 나라가 되었다)을 선포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다가 523년에 사망하였다.

용봉문환두대도는 왕의 칼이다. 옥전의 칼은 손잡이가 칼집에 들어가지 않도록 도환(칼코등이)이 있고 고리와 문양을 따로 만들어 끼웠으며, 무령왕릉 칼은 도환이 없고 같은 주물로 만든 일체형이다. 따라서 옥전의 칼은 독자적이며 가공기술이 뛰어나다.

다라국은 앞선 철기 문명을 가져 덩이쇠로 대륙 및 왜와 교역을 하였다. 특히 왜의 규슈에 다라방을 설치하였다. 다라국은 부유하고 강력한 독립적 정치집단임을 알 수 있다. 어이하여 하나도 아니라 4개씩이나 매장 했을까?

박불관을 나와 용봉문환두대도 너머로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 형상의 부소산! 그 아래 다라리(多羅里)가 있어 일본서기나 양직공도에 기록된 다라국의 거주지로 추정되고 일본에서 제철을 의미하는 다다라(多多羅)의 근원지이다. 왜와 빈번한 왕래가 있었는지 조상의 나라로 성묘하러 오는 일본인 탐방객이 매년 증가 추세란다.

오래 전의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신비롭기도 하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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