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전거 천국’을 꿈꾸며
[경일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전거 천국’을 꿈꾸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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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바야흐로 자전거의 시대다. 전국의 강변길은 사람 반 자전거 반이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한강도 그렇고 우리 지역의 남강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자전거길이 잘 만들어져 쌩쌩 달려도 비교적 안전하다. 도심에는 공유자전거가 잘 준비된 도시가 많다. 서울시의 따릉이 공유자전거는 회원 수가 근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자그마치 자전거 인구가 1300만명이란다. 십여년 전 자전거인프라를 잘 구축해놓은 덕분이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쓰러뜨리고 있지만 일으켜 세운 것도 있다. 코로나 시대가 가져온 역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골프와 자전거다. 골프장은 만원이다. 덩달아 골프장 이용료도 많이 올랐다. 골프산업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산업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대표 자전거 기업인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8%나 증가했고, ‘알톤츠포츠’는 6년 만에 흑자 전환돼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에서 벗어났다.

감회가 새롭다. 2008~2009년경 행정안전부의 지역발전정책국장 시절, 필자는 자전거에 공직의 목숨을 걸었다. 국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전거정책과를 만든 것이다. 유능한 인재를 모으고 예산을 확보해 ‘대한민국 자전거활성화 종합계획’을 만들었다. 전국을 자전거로 연결하는 ‘국토종주자전거길’ 프로젝트, ‘동해안 자전거길’과 ‘DMZ 자전거길’ 구축,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 조성, 공유자전거 제도 도입 등이 그 때 만들어진 대표정책이다. 시작할 때만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다. 먹고살기도 바쁘고 시급한 일이 많은데 웬 자전거냐다. 죽더라도 자전거 길을 만들겠다고 주장하던 국장이 문제가 있다며 급기야 특별조사 하던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주말마다 장관님을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모시면서 반전이 이루어졌다. 직접 타보니 왜 전국을 잇는 자전거길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길은 이어져야 길이지 끊어진 길은 구간에 불과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오늘날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모태인 ‘남한강 자전거길’이다. 이어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북한강 자전거길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동해안 자전거길이 준공됐고, DMZ 자전거길도 많이 진척이 됐다. 십수년 세월이 지났지만 그 때의 국장은 지금도 ‘자전거 국장’, 장관은 ‘자전거 장관’, 대통령은 ‘자전거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그야말로 해피엔딩이다.

자, 이제 다시 현실로 가보자. 사실 지난 정부에서는 자전거 정책이 멈췄다. 행안부에 자전거정책과도 없어지고 누구하나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뜻있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자전거 정책이 활발히 추진됐다. 지금의 자전거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은 멈춰 섰는데 코로나가 다시 일으켜 세운 격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요구되는 시대에 자전거는 삶의 혁신이고 진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총아가 자전거다. 지방소멸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통로가 바로 자전거길이기도 하다.

먼저, 행정안전부는 자전거정책과를 부활해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자전거 활성화 마스트플랜’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예산을 대폭으로 확보해서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국가 자전거도로 구축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전국을 잇는 자전거 도로망을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의 자전거 도로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자동차와 공유하는 도심자전거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인근 지역과의 연결도로 건설도 중요하다. 우리지역의 ‘진양호 순환 자전거길’과 산청군의 ‘경호강 100리 자전거길’ 연결은 좋은 모델이다. 언젠가는 코로나 시대도 끝날 것이다. 필자가 꿈에서도 늘 그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전거 천국’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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