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신문의 날을 맞는 소회
[경일시론] 신문의 날을 맞는 소회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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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오늘은 65번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신문단체들이 뜻을 모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일을 기념하여 스스로를 다짐하고 성찰하는 날이다. 대외적으로는 신문의 책임과 사명을 곧추세우고 대내적으로는 자유와 품위를 다짐하며 막중한 사명의 무게감에 종사자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날이다.

경남일보 기자들은 해마다 창간기념일에 즈음해 창원시 현동에 있는 위암 장지연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며 그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 放聲大哭)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일제에 저항했던 기개를 따르고자 다짐한다. 신문을 창간할 때 초대 주필로 모신 것은 어떠한 압력과 불의에도 굽이지 않고 정론직필(正論直筆)로 사파현정(砂波顯正)하라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선생의 묘소는 신문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신문인들이 찾아 본연의 임무를 되뇌이는 다짐의 장소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신문기자가 되기 위한 훈련과 교육은 매우 혹독했다. 기교를 철저히 배제하고 팩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기사작성, 취재요령과 기자의 매너, 취재원 보호를 제대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귀에 맴도는 선배들의 질책은 ‘석수쟁이가 돌 깨는 법부터 배워야지 눈 깜박거리는 것부터 배우면 안된다’라든지 ‘시어라는 초는 시지않고 초마개부터 시면 안된다’는 금과옥조였다. 필(筆)이 굽으면 곡학아세(曲學阿世)하게 되고 세상이 혼탁해져 부정과 부패가 싹튼다는 경계가 몸에 배어야 비로소 온전한 기자가 된다는 가르침이었다.

우리나라의 신문은 일제시대에는 억압 속에서, 독재시대에는 수많은 제약과 통제를 거치면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 그 결과는 누구도 신문을 강제하지 못하는 언론자유를 구가하게 됐고 그만큼 자기성찰과 사명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 독재시대에는 새벽에 배달된는 신문의 잉크냄새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행간에 숨어있는 진실의 실체를 추적하는 맛을 느꼈다면 지금은 구가하는 언론의 자유 속에 다양한 시각의 논조와 접근방법을 즐기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신문인들이 싸우고 외쳐 쟁취한 결과였다.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음은 불문가지다. 때로는 권력에 눌려 여론을 호도하고 그릇된 정보를 제공해 세상을 어지럽게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신문의 오욕된 역사이기도 하지만 도도한 역사의 물결 앞에 겸손하여 원칙을 지키려는 대다수의 신문인들이 쌓은 업적이다. 이날을 맞아 그 막중한 무게감을 견뎌낸 신문인들의 노고는 평가받을만 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문은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쇄매체의 설 땅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전파매체와 디지털화된 컴퓨터, 수많은 기능을 장착한 핸드폰 앞에 신문은 무기력하게 그 고유의 영역을 내주고 말았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지구촌 뉴스는 종이매체가 따르지 못하는 한계이다. 오직 활자매체만이 누리는 향수에만 의존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빠르게 변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마침내 대부분 신문이 경영난에 봉착하고 독자마저 빼앗기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신문매체의 현주소이다. 아무리 매스미디어가 발달해도 책의 영역이 넓듯 신문의 매력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고 강변하지만 현실은 존폐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인들이 올해의 표어로 ‘신문이 말하는 진실은 검색창보다 깊습니다’로 정한 것만 봐도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 수 있다.

이제는 신문이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팩트 전달의 한계성을 해설과 사설,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와 독자들의 주장을 반영하는 양방향의 미디어시스템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상큼한 잉크냄새 위에 더해지는 매력으로 디지털의 단편적 지식과 속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신문인이 신문의 날에 염려하는 소회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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