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희망교의 봄, 희망의 봄
[경일춘추]희망교의 봄, 희망의 봄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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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산책길이다. 눈 깜짝할 사이 꽃들 지고 어린잎 올라온다. 영리한 눈매 같다. 진주성 주변에도 초록빛 완연하다. 상념 같은 봄이다. 서장대는 창렬사와 함께 어릴 때 놀던 곳이다. 친구 아버지가 창렬사를 관리한 덕분에 자주 갔다. 숙제를 다 하고 나면 친구와 나를 앉히고 김시민, 곽재우, 김천일의 전투를 들려줬다. 최경회의 최후는 처절했지만 진주의 왕후격인 논개를 남겼다. 실록 같은 일화들 자주 접했다.

진주역사 직시하던 그 어른 가시고 창렬사의 유년기도 끝이 났다.

‘북평양, 남진주’를 그때 들었다. 진주와 평양을 비유한 짧은 구절에 평양만큼 격상된 진주가 돋보였다. 단편소설 대가인 김동인은 평양예찬론자다. 선대부터 뿌리깊은 평양사람이다. 작품마다 평양과 대동강 부벽루가 등장한다. 배따라기에는 ‘장구 소리와 기생의 노래는 멎고, 배따라기만 슬프게 날아온다’로 평양의 낭만을 행간에 새겼다. 진주의 기방문화 풍류문화 따라온다. 평양성 관문인 칠성문 안과 밖의 극명한 빈부 차이를 감자에 그렸다. 비슷하게 진주성에도 그런 ‘안산’이 있었다. 굳이 냉면까지 말하지 않아도 대동강과 남강, 부벽루와 촉석루, 평양감사 진주목사는 병렬을 이룬다. 천년도시 진주의 위세가 대단했음이다.

장편소설 대가인 이광수도 무정에서 칠성문을 묘사했다. 빈곤과 낙후의 전형으로 피력했다. 시대조류를 간과한 평양의 몰락을 이렇게 썼다. 성문 밖을 대표하는 존재는 “낡디낡은 탕건 쓴 노인이다”라 했다. 시대 낙오자, 과거에 얽매인 이를 ‘낡은 탕건 쓴 노인’에 비유했음이다.

새벽에 산책한다. 내동면 유수역 폐 철로변, 희망교에서 천수교까지를 주로 걷는다. 희망교는 남강의 최상류에 놓은 다리로 내동면과 평거동을 이었다. 천왕봉 기운이 서장대에 머물다 촉석루를 거쳐 의암에 모인다. 명산의 정기 받드는 다리다. 물 위에 조성된 산책길은 번잡함에서 멀다. 깨끗한 공기속 명상하며 걷는다. 거울 같은 새벽강에 조명빛 찬란하다. 물에 젖은 빛줄기 칠암동 ‘남가람 별빛길’로 이어진다. 진주의 명소다.

코로나19로 진주성 바깥이 연일 어수선하다. ‘북평양 남진주’라는 말이 무색하다. 시대조류 간과하는 탕건 쓴 노인 된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유속이 느린 물을 역행하며 걷는다. 희망교 에워싼 칠봉산도 신록에 덮였다. 정화된 진주 공기 간절히 기다린다.

이정옥 (진주문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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