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 박헌봉 국악대사전 ‘창악대강’ 고향 품으로
기산 박헌봉 국악대사전 ‘창악대강’ 고향 품으로
  • 원경복
  • 승인 2021.04.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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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동판 등 기산 박헌봉 유품 산청군으로 돌아와
 
기산국악당 대밭극장 공연 박인혜의 판소리 읽어주는 여자
국악계 큰 스승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국악 이론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 받는 기산(岐山) 박헌봉 선생(1906~1977)의 유품인 ‘창악대강’이 고향인 산청군 단성면 기산국악당으로 돌아왔다. 기산 선생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던 국악과 민속악, 판소리 등 민족음악을 부흥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국악인이자 학자, 교육인이다. 민속악 교육을 위한 최초의 사립국악교육기관인 국악예술학교(현재의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선생은 우리민족의 얼과 정신이 스며 있는 창악(판소리)과 관련된 자료를 평생에 걸쳐 수집, 이를 연구하고 정리한 내용을 ‘창악대강’이라는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 기산 선생의 업적과 그의 생애,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악의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산청군의 계획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창악대강 글자동판 국풍대진

◇고향 품으로 돌아온 ‘창악대강’…국악 이론의 정수

‘창악대강’은 기산 선생이 평생에 걸쳐 집필한 창악(판소리) 관련 저서다. 창악의 기원과 유래, 음조, 발성을 비롯해 오음과 십이율, 근세국악의 발자취 등 창악의 이론이 모두 담겨 ‘국악대사전’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춘향가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의 가사를 집대성해 국악사적 가치가 높다. 선생은 유명을 달리 하기 10여년 전인 1966년 이 책의 집필을 완성하고 67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학자로서의 사명도 있었겠으나 그 동안 구술로만 전해지던 판소리와 민속악을 비롯해 우리 소리의 학술적 가치를, 후배들에게 체계적이고 올바르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창악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표현한 탓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광복 이후에는 서양문물이 밀고 들어온 탓에 우리 국악은 설자리를 거의 잃어버렸다. 국악계에서는 기산 선생의 국악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우리 국악의 명맥이 끊어지거나 지금처럼 잘 보존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선생은 전국을 다니며 명창들의 민요와 판소리를 녹음하고 채보했다. 해방 이후 이를 바탕으로 창악대강을 집필하는 한편 300여곡에 이르는 민요과 명인·명창들의 창악 200여곡을 음반에 담았다. 이는 이후 국악학교 등을 통해 우리 국악과 판소리를 재현하는 기반이 됐다. 창악대강의 초판 원본과 동판 등 기산 선생의 유품 20여점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가 보관 중이었다. 왕기철 교장은 직접 유품을 가지고 기산국악당을 찾아 산청군에 전달했다. 유품 중에는 ‘창악대강’ 등의 글씨가 쓰여진 동판 외에도 흥보가의 박타는 장면을 표현한 그림동판을 비롯해 창악대강 원본과 각종 사진자료도 포함됐다. 군은 전달받은 유품과 기존 보관 중이던 유품 전체를 기산국악당 내 기념관에 보관·전시할 예정이다.

 
기산 박헌봉

◇평생 동안 국악 진흥 위해 몸 바친 기산 박헌봉

기산 선생을 수식하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국립극장 운영위원, 한국 국악협회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한국최초로 국악예술학교부설 학생국악관현악단(지금의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설했다. 특히 근대 대한민국 국악의 이론을 정립한 학자이자 후학 양성에 물심을 다한 국악부흥 활동가로 명망이 높다. 기산 박헌봉 선생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06년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서 태어났다. 기산 선생은 평생 동안 국악의 진흥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조선음악협회 조선악부에서 민족음악진흥을 꾀하다가 일제가 ‘춘향전’마저 일어로 공연하라 하자 단체를 해산 시켜버리기도 했다. 이후 광복이 되자 국악건설본부를 창설하기도 했다. 1960년에는 민속악 교육을 위한 최초의 사립국악교육기관인 국악예술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립극장 운영위원, 한국 국악협회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국악 이론가이자 교육가로 국악 부흥에 헌신했다. 특히 해방 이후에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창악(판소리) 관련자료를 집대성해 ‘창악대강’을 출간했다. 기산 선생의 업적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국악예술고등학교 설립이다. 기산 선생은 1960년 ‘국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향사 박귀희 명창을 비롯한 많은 국악인들과 함께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당시 국악예술고등학교)를 설립했다. 박헌봉 선생을 필두로 박귀희 명창과 김소희 명창 등 수많은 국악인들이 마음을 합해 설립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는 민간학교이다 보니 당시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설립은 물론 운영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헌봉 선생이 故 이병철 삼성회장과 친분이 있어 학교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매번 이병철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산청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2019 하반기 토요상설공연 버나돌리기 공연
◇기산국악당 활성화…국악 부흥 꿈꾸는 산청군

산청군은 지난 2013년 기산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선생의 고향인 단성면 남사예담촌 내에 기산국악당을 건립했다. 기산국악당은 개관 당시 기산관, 기념관, 교육관 등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은 건물과 옥외공연장을 갖추고 개관했다. 기산관과 기념관은 기산 선생의 업적, 유품, 집필 서적, 국악기 전시 등 선생의 전기와 민속음악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국악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을 더하는 한편 무게 500㎏의 태평고가 설치된 대고각이 새로 들어섰다. 또 기산관 뒤편의 대나무 숲 속에 ‘대밭극장’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야외공연장도 갖췄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쉬고 있지만 산청군은 지난 2019년부터 기산국악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악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등 대한민국 국악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군은 기산국악제전위원회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와 협력해 전국의 젊고 재능 있는 국악인들을 초청, 토요 상설 국악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산청한방약초축제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산국악제전의 최종실(現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제전위원장이 총감독을 맡아 기산국악당에 상주하며 상설 국악공연의 우수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최종실 위원장은 기산 선생의 제자로 5세 때 삼천포 농악단에 입문했다. 김덕수, 이광수, 故 김용배 등과 함께 ‘사물놀이’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군은 2019년 5월 기산국악당 상설 국악공연에 앞서 기산 박헌봉 선생 추모 음악제를 열고 기산 소나무 명명식, 추모제례, 대밭 극장 공연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타악연희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주삼천포 12차 농악’을 전수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국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진주삼천포(중요무형문화재 제11-1호) 농악은 1966년 우리나라 최초로 농악부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악이다. 기산 선생은 진주삼천포 농악의 무형문화재 지정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기산국악당은 지난 2009년부터 산청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사물놀이 강습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2017년부터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가야금 무료강습반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2회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잠시 교실을 쉬고 있다. 최근에는 ‘산청아리랑’의 작곡가이자 현재 불교음악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훈 원장과 봉은국악합주단 소리길 팀이 기산국악당을 배경으로 봄맞이 비대면 작은 국악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재근 산청군수는 “기산 선생이 이루고자 하셨던 민족예술, 국악의 부흥과 계승에 우리 산청군이 앞장서겠다”며 “우리 민족의 얼과 기개, 흥과 해학이 담긴 국악의 중심지가 우리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원경복기자
산청 기산국악제전 제전위원장 최종실 명인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전경
창악대강 그림동판 흥보가도
기산 박헌봉 국악이론 판소리 등 국악대사전 창악대강 초판 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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