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태풍급 민심바람’ 이변은 없었다
[경일시론]‘태풍급 민심바람’ 이변은 없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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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대선 전초전 성격인 4·7 재·보궐선거는 그간의 여론조사와 방송사의 출구조사대로 부글부글 끓고 있던 ‘태풍급 민심바람’의 이변은 없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7.5%)와 박형준 후보(62.67%)가 더블스코어에 가깝게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기초단체장도 14대4로, 울산 남구청장에 서동욱, 의령군수에 오태완 후보가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 4년 실정에 대한 분노가 마침내 투표로 분출, 참패했다. 정부여당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무능, 오만, 아집’에 대해 참고 참던 국민들이 결국 준엄한 심판을 택했다. 대선 11개월을 앞두고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의 대패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 누수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과 1년 전 4·15 21대 총선 때 여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대반전됐다. 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적폐 청산’을 외치며 폭주 정치를 한데 분노한 민심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 여당은 1년 전 총선 압승에 취해 오만에 빠져들었다. 친문 강경 지지층과 180석의 거대여당의 의석수만 믿고 설익은 정책들을 밀어붙이며 입법 폭주의 독선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다. 여당 소속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로 치러진 선거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기고 당헌을 스스로 바꿔 후보를 냈다. 지난 2016년 총선 이래 네 차례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패배를 거듭한 국민의힘은 일어설 기회를 잡았다.

LH발 투기 의혹과 그간 정책 실패, 인사독주, 다수결 정치의 불공정과 부도덕에 대한 실망이 결국 야당 우위 표심으로 응축됐다. 지난 4년간 부동산 대책을 25차례 넘게 쏟아내어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불씨를 키웠다. 집값이 급등, 서민은 살 수 없고, 집 가진 사람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 임대차 3법 강행으로 전세를 구할 수도, 내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뒤늦게 대국민 사과와 읍소를 했지만 높은 투표율 속에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지 못해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만신창이가 됐다. 부동산 정책의 총사령탑이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선적 행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의 기름을 부은 것이다. 부동산 정책 등의 기조전환을 둘러싼 이견과 노선 갈등, 차기 대선을 향한 친문·비문 주자 간 경쟁도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마지막까지 정책선거보다 야당 후보가 생태탕을 먹었는지, 페라가모 신발을 신었는지 등 마치 과거 김대업 사건 같은 정치 술수, 막말 등 거듭된 ‘내곡동 생떼탕’과 ‘엘시티 생떼탕’의 막장 네거티브 총공세와 가덕도신공항선물에도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20조원의 재난지원금도 모자라 상여금을 당겨서 주고, 시민들에게 1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입만 열면 K방역을 자랑했지만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백신 도입도 시기를 놓쳐 백신 접종 꼴찌 국가로 전락했다.

국민의힘도 승리를 즐길 형편은 아니다. 진정 변화한 수권 정당인지 실력을 드러내 보여야 할 것이다. 정계개편 등 어지러운 이합집산이 있을 수도 있다. 가장 큰 승리 요인이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로 싹쓸이 완승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연패를 끊으면서 국민의당 등과의 통합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야 모두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항상 민심은 매섭다. 남은 과제는 정부여당은 국정을 전면쇄신하고 야당은 혁신고삐를 조여야 한다. 문 정권은 대대적인 청와대참모진, 장관 교체 등 인적쇄신 카드를 포함, 국면전환을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내주로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의와 맞물린 후임 총리 인선 등 개각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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