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희한한 이야기
[경일춘추]희한한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04.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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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시인·마루문학회장
 


먼 옛날 세상에 보인 적도 잡힌 적도 없는 귀한 새가 있었다. 그걸 잡겠다고 만든 신묘한 전설의 그물 무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희한(稀罕)이라는 물건이었다. 별이 달보다 밝은 밤 벽오동에 앉아서 쉬는 새로서 우는 소리만 들리지 보이질 않았다고 하는데 오직 희한이라는 그 그물로만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드물 희(稀)는 원래 벼를 심는 간격을 두고 이른 말로서 고랑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었다고 해서 벼 화(禾)에 바랄 희(希)를 쓴다. 희(希)는 다시 효(爻)와 수건 건(巾)으로 나누니 수건에 자수를 놓은 것이다. 살아만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드물 한(罕)은 그물 망에 방패 간(干)이다. 옛날 그물을 이용해 적군을 사로잡던 무기다.

어느 날 가게에 노란 고양이 한마리가 왔다. 고기와 밥을 챙겨 주니 맛있게 먹고 가고 그 다음날 또 왔다. 젖이 불은 어미고양이라, 새끼고양이를 데려와도 괜찮다니 다음 날 새끼까지 데리고 왔다. 이들을 해피네라 했다.

며칠 후 또 다른 점박이가 나타났다 점박이는 처음부터 새끼를 데리고 왔다. 점순네라 했다. 해피와 점순네는 서로 어르렁거렸는데, 어느 날 해피네 가족은 보이지 않고 점순네가 해피 네 영역을 독차지했다.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긴 해피네를 데려오지 않으면 점순네에겐 먹이를 줄 수 없다고 단호히 말을 하니 눈곱 낀 눈으로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다고 질 수는 없는 일, 글쎄 그건 네 사정이고 빨리 해피를 불러와야 한다며 밥을 주지 않았다. 이윽고 해피가 돌아왔다. 초췌한 몰골로 힘없이 말이다. “해피야~여긴 네 집이니 걱정 말고 아가들 데려 오렴” 그리곤 해피에게 특별식을 내주었다. “점순아 보아라, 여긴 해피네 집이니 해피에게 먼저 먹이를 주고 그 다음에 네게 줄 수 있단다! 알겠니”? 불온한 대답이 들려오는 듯 했고 해질녘이 다되어 해피네 가족 모두가 돌아왔다.

점순네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는지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다시 돌아왔지만 더는 도발하지 않았다. 해피네가 먼저 먹고 난 후 라야 먹이를 먹는 얌전한 고양이로 변했다. 그리고 가족이 또 늘었다. 콩순네 가족. 그러나 이젠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해피네 가족이 먹고 나면 점순네가 먹고 그다음 콩순네가 알아서 먹는다. 순서대로 먹는 모습을 보고 “참 희한한 일이네”라고 보는 사람마다 입을 거든다.

이처럼 생활 가운데라도 매우 드물고 진귀한 현상이나 대상을 말하게 될 때 희한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희한(稀罕)을 지금도 쓴다. 다만 희한하게도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면서 말이다.

안채영/시인·마루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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