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미세 먼지와 황사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내려다보는 녹음 짙은 산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코로나19가 우리를 가두어 두는 것도 모자라 이제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이중 삼중으로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다. 미세먼지는 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다. 지난 1년간 발생한 코로나 사망자 수보다 약 3.5배나 많은 수치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 중 최악이다.
그럼 진주는 어떨까.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한국 도시 82곳 중 진주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정말 상쾌하다. 그래서 진주를 청정도시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진주를 천년 고도의 역사를 간직한 충절, 교육, 문화, 예술의 도시라 불렀다. 진주 사람들은 사악하거나 영악하지 않으며 순박하고 참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객지에서 진주 사람들을 만나면 선 후배를 따져 즉석에서 형님 동생이 되는 것이 진주 사람이다. 끈끈한 정이 넘쳐난다. 진주는 자랑거리도 많다. 그중 효시(嚆矢)가 3가지 있다. 최초의 지방지 경남일보, 최초의 지방 예술제 개천 예술제, 최초의 소싸움의 발원지 진주 소싸움 등이다.
그런데 청정도시라는 진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진주가 인구대비 코로나 발생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진주 이통장 제주연수를 시작으로 진주 기도원 감염, 진주목욕탕 집단 감염까지 연일 중앙 일간지와 중앙 방송 보도를 보면서 진주시에 많은 실망을 하게 된다. 거기에다 본사를 진주에 둔 LH사태까지 겹쳐 진주의 이미지도 실추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진주 사람이 서울 사람 걱정했는데 지금은 서울 사람이 진주 사람을 걱정하는 지경이다. 외지에 가면 진주 사람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일어나는 치욕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말 진주 시민들의 자존심을 구겨 놓고 말았다. 리더의 덕목 중 리더십과 통찰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고, 시장은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소중히 들어야 하고 시장은 시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번 민주당의 보선 참패도 국민의 소리보다 측근의 소리만 들었다. 그건 필패다. 공자가 말했다. ‘충언역이 이어행(忠言逆耳 利於行),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 고.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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