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전화위복,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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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4.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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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진주문협이사, 경해여자중학교교사)
 


다시 등교 중지다. 아이들 대신 소형카메라가 부착된 컴퓨터와 마주한다. 출결 확인이 최우선이다. 신변과 건강의 안전 유무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아이들, 잠에 취한 얼굴들 불러내느라 목소리 높아진다. 온라인 수업에, 보건위생 업무에, 돌발 사안들로 학교가 지쳐간다.

국어시간 이육사를 공부한다. 흥미유발을 위해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그의 교향시 26번 ‘핀란디아’로 1교시를 연다. 우리의 ‘아리랑’ 같은 곡이다. 1939년 러시아 침공으로 좌절하던 핀란드 국민들을 울린 스토리는 일제강점기와 흡사하다. 독립정신 불씨 지피고 풍전등화 같은 나라 되찾은 이육사의 삶을 웅혼한 기상으로 연결한다. 음악에 심취하고 책 읽기에 몰입된 모습들이 화면에 포착된다. 극대화된 효과다.

일생 중 12세에서 16세까지 경험한 것들은 평생을 간다. 이 6년 동안 얼마나 공부하고 독서하느냐가 평생을 좌우한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머물 때 남긴 글에도 이 시기의 중요성과 독서의 힘을 강조했다. “인생에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해야 5년에 그친다. 11세 이전에는 아직 멋 모르고, 17세 이후로는 음양과 즐긴다.(중략)그 중간의 5년이 독서 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다. 사람이 12세가 되면 총명과 지혜가 마구 솟아나 마치 여린 죽순이 새로 돋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16세까지 간다.”

다산의 이 말을 교단생활 지침으로 삼았다. 불의에 저항한 동서양 위인전 읽히며 마음의 통을 넓힌다. 생로병사 초월한 지사의 일대기로 성장기 내면의 힘 키운다. 이육사와 시벨리우스, 북방과 북유럽의 공통된 신념을 형상화한다. 광야에서 말 달리며 나라 구한 투사의 고독이 달관의 경지임을 가슴으로 느낀다. 무릇 공부에도 독서에도 때가 있음이다.

코로나로 외출마저 여의치 않은 이 상황, 날씨는 비정하리만큼 화창하다. 놀기도 좋겠지만 독서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전화위복으로 만권의 서적 읽고 학자다운 학자가 배출되기 바란다. 12세에서 16세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모른다. 격앙된 이 시절이 어둠의 구간인지조차 모른다. 독서가 구원이다. 어른이 나서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힘을 모아 아이들에게 닥친 비바람 막아야 한다. 보석 같은 이 시기 반짝거리게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일이다. 그것이 교육이다.

이정옥 (진주문협이사, 경해여자중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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