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아사리판
[천왕봉] 아사리판
  • 경남일보
  • 승인 2021.04.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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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가섭이 형제들과 수백 명을 이끌고 석가모니에 귀의했다. 승단은 세력이 급격하게 팽창했지만, 여러 부파가 모이다 보니 서로 법도가 달라 갈등이 생기고 승려로서의 품위도 문란해졌다. 세존은 계율에 밝고 지혜와 복덕을 겸비한 ‘아사리(acarya·사범)’를 뽑아 출가와 수계, 경전, 참선을 이끌도록 했다.

▶‘아사리판’과 관련한 여러 유래 가운데 석가모니 당시의 ‘아사리’설이 흥미롭다. ‘아사리’가 많다보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격론이 벌어지는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 ‘아사리판’이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났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엊그제 4·7 재보선 이후 당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으로 혹평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받은 실망감을 토로하며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쓸만한 ‘아사리’는 없고 제 잘난 무리만 넘친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사리’가 무법천지 난장판의 대명사로 왜곡된 것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치논리 탓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부패와 타락 때문이었다. 아무리 잘난 ‘아사리’라도 한 순간 까딱하면 ‘아사리판’이 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다 한 번 승기를 잡은 야당이나 20년 집권욕을 불태우는 여당이나 마찬가지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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